당초 2013년 1월1일로 예정됐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 시기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7일 라디오 연설에서 산업계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산업경쟁력을 감안해 유연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계가 요구하는 '2015년 이후 도입'과는 입장차가 분명하지만 이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2013년 도입'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정부는 9일 김황식 총리 주재의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에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는 내용등을 담은 관련법 제정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배출권 거래제 법안 발의를 주도한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2013~2015년 범위 내에서국가 감축 목표의 효과적 달성 및 산업계 부담 경감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녹색위는 앞서 △제도 도입 초기에 기업들이 배출권 할당량 중 무상으로 받을수 있는 비율을 종전 90%에서 95%로 상향 조정했고 △할당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이 배출권거래소에서 초과분을 구입하지 않을 때 부과하는 과징금 최고 한도를 온실가스 시장 가격의 5배 이하에서 3배 이하로 낮췄다. 또 배출량허위보고등규정위반시물어야하는 과태료도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산업계의 규제 완화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녹색위는 그동안 정부부처와 산업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밀어붙인 것이 갈등이 장기화된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녹색위와 환경부는 배출권 거래제를 2013년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지식경제부는 이를 늦춰야 한다고 맞서왔다.

때문에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달 13일 열린 회의에서 "부처 간 의견 수렴이더 필요하다"며 법안 통과를 보류하기도했다.

지난해 4월에도 녹색성기본법 시행령통과과정에서녹색위ㆍ환경부와 지경부는 대립각을 세웠고 그 결과 규개위 통과 보류와 입법예고안 수정을 거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이들 부처는 지금도 도입 시기를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녹색위 관계자는 "산업계 요구대로 규제를 상당 부분 완화한 만큼 도입 시기를2015년 이후로 늦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기본적으로 녹색위와 같은 입장이지만 2013년 도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 약간의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최근 "반드시 이 대통령 임기 내에 시행해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30%감축을 약속했는데 거짓말쟁이로 만들수 없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최진석/홍영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