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원 UP '코리아 생산기술'] (4) LG전자 구미공장 "불평하는 직원은 보물"…매년 2만건 제안 쏟아져
4일 경북 구미에 위치한 LG전자 TV 조립 공장.입구에 들어서니 '2nd 3by2'라는 암호문 같은 구호가 적혀 있다. 김선우 제조그룹 과장에게 의미를 묻자 "2년 내에 생산량을 3배 늘리는 운동을 두 번째로 벌이고 있다는 뜻"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2007년 이후 매년 이 속도로 생산성을 높여 왔다"며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구미공장 직원 한 명이 한 시간에 만들어 내는 TV는 2007년만 해도 2대 수준이었다. 2008년에는 이 수치가 8대로 늘어났다. 생산효율이 1년 새 400%가량 높아진 것.작년에는 10대로 전년의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올 들어서도 이 기록은 꾸준히 높아져 현재 12.8대를 기록 중이다. 연말까지 14대를 달성하는 게 이 공장의 목표다.

구미공장의 생산성 향상 속도가 남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공장 간부들은 "불평과 불만이 많은 직원들이 구미에 몰려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직원들의 불평과 불만을 수렴,공장 생산라인을 개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TV가 높은 전압에 견딜 수 있게 만드는 내압공정에서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공정에서 작업하는 것은 원래 악명 높은 기피 보직이었다. 하루만 일해도 온몸이 쑤실만큼 업무강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허리를 숙여 라인 왼쪽 하단에 위치한 검사장비에 TV 연결잭을 꽂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는 것이 내압공정의 시작.다음에는 정면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TV의 상태를 확인한다. 'OK' 사인이 뜨면 다음 TV로 넘어가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TV가 3500여대에 달하다 보니 튼튼한 직원들도 며칠이 못 돼 허리를 부여잡았다.

이 공정을 새로 맡은 조경미씨는 어떻게 하면 허리 통증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포스트잇과 볼펜을 집어들었다. "연결잭과 스타트 버튼을 정면에 설치하고 TV가 정상적으로 제작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를 바로 옆에 설치해주세요. " 공장 게시판에 붙은 메모지 속 내용은 1주일여 만에 현실로 바뀌었다. 허리를 돌리지 않고도 모든 작업이 가능하도록 라인의 설계가 바뀐 것.작은 변화였지만 효과는 놀라웠다. 직원들의 근무 강도가 낮아졌으며 작업시간도 30% 이상 빨라졌다.

구미공장 간부들은 직원들의 불평을 이끌어내기 위해 공장 벽면에 포스트잇을 붙일 수 있는 초대형 게시판을 활용한다. 불만이 떠올랐을 때 바로 메모하지 않고 넘어가면 나중에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게시판을 살펴보니 'TV박스 포장시 박스가 넘어진다'는 포스트잇이 보인다. 그 아래에는 '박스 끝단에 고무줄 고리를 부착해서 박스가 넘어지지 않도록 함'이라는 답과 '연간 647만744원'이라는 구체적인 비용절감 효과가 적혀 있다.

김 과장은 "직원들의 불만 사항을 '보물'로 부르며 보다 많은 보물을 찾도록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며 "월별 보물찾기 우승자에게는 가장 높은 생산성을 기록한 직원을 의미하는 '명장'과 똑같은 대우를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년 2만여건에 달하는 제안들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지난 7월 한 달 동안 보물찾기 활동으로 절감한 비용이 2억8396만5723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구미=송형석/심은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