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가 구조조정의 덫에 걸려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기 회복과 함께 해외 업체들은 선박 발주를 늘리는 등 공격경영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국내 업계는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해운업계는 그동안 심각한 위기를 겪었지만 업황은 최근 개선 추세가 뚜렷하다. 1분기 경영 성적표는 현대상선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고,한진해운 STX팬오션 등의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세계경기 회복으로 물동량이 증가하고 운임 또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덕분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해외 해운회사들은 선박 발주에 나서기 시작했다. 대만 에버그린사는 최근 8000TEU급 컨테이너선 32척을 포함, 총 100척의 선박 발주 계획을 발표했고,그리스 선사들도 41척의 선박을 새로 주문했다. 중국 독일 인도 등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금융지원까지 펼치고 있다.

반면 국내 해운업계는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등에 역점을 두느라 잔뜩 움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형 해운사까지 주거래은행과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할지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는 형편이고 보면 공격적 경영은 꿈도 꾸기 어렵다.

물론 해운업계도 구조조정의 예외가 될 수 없다. 다만 부채비율 일괄 적용 등 업종 특성과 시황 전망을 무시한 경직적 대응이 회생의 호기를 맞은 업계를 오히려 위기에 빠트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와 금융권은 이점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