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은 페어링(위성 덮개) 분리 구동장치에서 발생된 고압전류가 공급되는 과정에서 전기배선장치에 방전(放電)이 일어났고,페어링 분리기구 내부에 기계적 끼임 현상 등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나로호발사조사위원회는 어제 언론 브리핑을 갖고 나로호 페어링의 비정상 분리원인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나로호 궤도진입 실패는 결국 우리가 맡은 페어링 분야의 기술부족으로 빚어졌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인 만큼 정부 당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은 이 같은 문제점 해결에 온힘을 다하는 한편 러시아 측과의 협조체제를 강화함으로써 재발사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페어링 미분리 등 우주사고의 경우 직접적인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관련 하드웨어를 찾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원격 측정시스템인 텔레메트리 데이터만으로는 분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발생한 미국 토러스XL우주발사체의 페어링 분리 실패와 관련,전문가들이 5개월 동안 집중 조사를 벌였지만 결국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채 네 가지 가설만 내놨을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사과정을 통해 보다 많은 기술과 경험을 쌓고 교훈을 얻어온 게 우주개발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막 우주개발에 첫발을 내디딘 우리로서는 나로호의 궤도진입 실패 사례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로켓 발사 분야의 기술을 확보하지 않고는 우주강국이란 목표는 결코 이룰 수 없다는 점에서 러시아와의 협력강화가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객관적이고 정밀한 검증을 통해 페어링 재료선택을 비롯 탈착 메커니즘이나 시스템 자체 등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일이다. 지난번 실패와 원인규명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 5월로 잡혀 있는 재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