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을 끝내고 골조 공사가 한창인 35층짜리 아파트가 일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15층을 초과해 짓지 말라는 법원 결정이 내려졌다. 그동안 일조권 침해의 경우 법원의 중재로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는 게 보통이었다.

부산지법 민사14부(우성만 부장판사)는 31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주민들이 일조권을 침해받는다며 인근에 30~38층짜리 롯데캐슬피렌체를 짓는 시행사인 S사를 상대로 낸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아파트 3개동 중 1개 동은 15층 이하로 건축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롯데캐슬피렌체 건설로 현대홈타운 일부 라인에서 햇볕을 볼 수 있는 시간이 하루 1시간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일조권 침해는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가 아닌 공사 중지를 요구하는 것은 상대방 재산권 행사와 깊은 연관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다룰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현대홈타운 앞에 이미 나대지가 있어 건물 신축을 예상할 수 있었고 피해 아파트도 28층으로 고층 건물이고 롯데캐슬피렌체가 100% 분양 계약이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해 피해 세대수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높이인 15층으로 아파트 건축 규모를 제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일조권 침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미약한 현대홈타운의 다른 동 주민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홈타운 주민들은 롯데캐슬피렌체가 아파트 남쪽으로 불과 27m가량 떨어진 곳에 30~38층 3개동,총 374채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2007년 11월 분양을 끝낸 후 건축을 시작하자 일조권 침해를 주장하며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시행사인 S사는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해 가처분 이의신청을 제기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