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30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지금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대기업을 보면 지나친 차입을 통해 인수 · 합병(M&A)한 뒤 어려움을 겪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어느 정도 상황이 어려워질 때를 미리 대비했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대기업 구조조정 방향과 관련,"구조조정은 기업과 은행이 서로 공생하면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시장 자율 원칙에 따라 채권단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독당국이 아무리 하고 싶어도 기업이 따르지 않고 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최흥식 연세대 교수=금융감독은 시장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급증에 대한 감독당국의 조치가 과연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하는 것인지,어떤 근거로 하는 것인지 설명해 달라.

◆김 원장=각 은행에서 하반기에 얼마나 늘릴 계획인지를 받아서 전체적으로 점검을 해보고,그것이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준인지를 보면서 점검해 나갈 생각이다. 서울 강남지역과 인천 송도 등 일부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조짐이 있기 때문에 주의깊게 봐야 한다. 다만 건설경기 문제도 있고 지방에는 아직 미분양 아파트가 많기 때문에 정부 부처와 잘 협의해야 할 문제다. 우선은 창구를 통해서 보겠다는 생각이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일자리 창출이나 실업 해결에 있어 건설업의 고용 효과를 볼 때 담보인정비율(LTV)와 총 부채상환비율(DTI)규제를 검토하는 게 이른 감이 있지 않나.

◆김 원장=LTV,DTI 규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주택담보대출과 시장 동향을 보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할 생각이다. 한꺼번에 갑자기 급격한 정책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주택시장을 어떻게 볼 것이냐 문제는 주택담보대출 증가 추세나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격차,주택 경락률,미분양 아파트 등 여러 가지로 따져볼 수 있다. 우선은 은행 등 금융사 창구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조절해 주택가격 급등을 막겠다. LTV DTI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 원장=기업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호가 대우건설을 다시 매각하는데 그게 순조로운 구조조정인지 말씀해 달라.

◆김 원장=구조조정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맞다. 은행과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이 윈-윈하기 위해 하는 게 구조조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채권금융사 위주로 이뤄져야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문제는 오는 12월 중순 대우건설 풋백옵션 행사를 앞두고 불안한 측면이 있었다. 당장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가올 문제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대우건설 매각은) 대단히 용기있는 결정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긴밀히 협의해서 윈-윈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시장에서 매각을 추진하고 안 되면 산업은행 사모펀드(PEF)에서 사주는 방식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금융논리로만 구조조정을 하면 안 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논리에 대한 고려는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가.

◆김 원장=건설업 해운업 등 업종별 구조조정시 관련 부처와 충분히 협의하면서 산업정책적 측면에서도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해 선박펀드를 만드는 것은 국토해양부 주도로 하고 있다.

◆현정택 인하대 교수=은행들이 대기업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었다. 구조조정은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김 원장=공감한다. 실행이 중요한데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 민간 주도로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말씀도 있었지만 감독당국이 하고 싶어도 기업이 따르지 않고 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금융사 직원은 업무에 관계없이 똑같은 연봉을 받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감독당국이 주도해서 급여체계의 틀을 바꿀 생각은 없나. 또 중소기업들이 작년 어려웠을 때 신용보증기금 보증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대처했다. 1년 기간으로 연장한 게 9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데 일괄 연장해줄 계획인가.

◆김 원장=급여체계는 당국이 나서서 바꾸기 어렵다. 기업이 노사 간 협약을 통해 성과급,연봉제 등 선진국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금융계의 임금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많다. 신 · 기보 보증은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상황을 봐서 결정할 사안이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하반기 경제가 유가와 환율 때문에 불안하다. 급격한 환율 하락 방지를 위해 환헤지를 장려해야 하는데 금융위기 이후 지나치게 위축돼 있다.

◆김 원장=환헤지는 상품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고 헤지 수요자의 결정에 달려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금융위기 이후에 선물환계약을 하려고 해도 어려운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정책 문제가 아니라 시장에서 결정할 문제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금융위기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수 · 합병(M&A) 시장과 관련해 시장을 어떻게 건전하게 키워갈 계획인가.

◆김 원장=파생상품은 현황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일부 선진국은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시스템을 갖췄다. 다만 일부에서 너무 규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잘 조절하겠다. M&A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이나 대형화,경쟁력을 갖추는 좋은 수단이다. 지금까지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대기업을 보면 대부분 M&A 때문이다. 차입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이다. 어려울 때를 미리 대비해야 하는데 그걸 소홀히 한 것이다.

◆김한섭 KTB투자증권 부회장=증권사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규정 때문에 자기자본 투자가 위축되고 왜곡되고 있다.

◆김 원장=NCR 산정에 대해서는 실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검토하겠다.



정리=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