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 규제 왜 ‥ 저금리에 개발호재 겹쳐 집값 상승
금융당국이 은행의 부동산대출에 대해 규제에 나선 것은 최근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여름철 주택시장 '비수기'가 실종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지적인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6월에 접어들면 거래가 줄어들고 가격이 안정되던 예년과 달리 올해 주택시장은 오히려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연초 반등했던 강남권은 물론 노원구 도봉구 등 강북에서도 불안 징후가 보인다. 집값 상승이 수도권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유동성 증가가 기름을 붓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종된 비수기

전통적으로 6월은 부동산 거래가 뜸한 시기다. 국민은행이 1986년 이후 24년간 월별 집값 상승률 동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6월 집값 변동률은 -0.1%로 11월과 함께 가장 낮다. 주택시장은 이사철인 봄과 가을에 달아오르고 여름과 겨울에는 식는 계절적 특징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봄 분양이 끝나고 분양 물량이 급감하는 데다 날씨가 더워져 일선 중개업소에 수요자들의 발길도 뜸해지면서 보통 6월부터는 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초여름 주택시장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달 초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43㎡가 8억1000만원에 거래돼 가장 비쌌던 지난해 2월 가격보다 1000만원 높은 가격에 거래된 데 이어 잠실주공5단지,여의도 광장아파트 등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와 호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5월 한 달 주춤했던 집값이 재상승에 들어선 모습이다. 집값 불안이 '버블세븐' 지역(강남3구,양천구 등)에 한정됐던 연초와 달리 강북권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이번 달 노원구의 집값 상승률은 0.65%로 강남3구를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 도봉구와 동대문구,구로구 등도 올해 들어 처음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저금리와 국지적 개발 호재가 원인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계절적 요인을 대출 규제 완화와 저금리 등 다른 요인이 압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매매가가 하반기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등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매수자들이 벌써부터 대출을 받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강북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집값 불안의 원인으로는 역시 '동북권 르네상스' 등 서울시가 잇달아 내놓고 있는 국지적 개발 호재가 꼽혔다. 문제는 비수기를 통해 잠시 쉬어가던 부동산 시장이 여름에도 상승을 계속할 경우 하반기에는 과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재료나 호재가 많았던 해에는 비수기가 없었다. 여름 내내 쉬지 않고 집값이 오른 끝에 '8 · 31대책'과 같은 고강도 규제가 나왔던 2005년이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