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자산가치가 급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태에 진입할 가능성은 작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6일 `한국경제의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 진단' 보고서에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현금보유 성향이 커지기 때문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해도 자금이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면서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디플레이션은 과잉투자나 공급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급격한 수요위축을 동반하기 떄문에 경제에 치명적"이라며 "경험적으로 유동성 함정에 빠지면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대규모로 유동성을 공급해도 자금이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수요부진이 심화하면서 물가와 자산가치가 급락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우리나라의 현금보유성향이 작년 12월 현재 0.003으로 외환위기 이후 장기 평균치(0.007)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현금보유성향은 광의통화(M2)를 본원통화로 나눈 `통화 승수'와 평균 지급준비율을 이용해 계산한 것이다.

통화정책이 경기를 부양시키는 효과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연구소는 진단했다.

연구소는 "단기금리에서 장기금리로 미치는 금리 파급경로가 약화됐지만 아직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로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유동성함정이나 디플레이션 진입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물가 측면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낮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은 유동성 함정에 빠지거나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현금보유성향은 2008년 9월 0.108에서 12월 0.196으로 2배 가까이 급등했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