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구조조정 않고 투자…사회공헌 안 줄여
계열사 CEO 회동서 지시…사업계획에 반영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에게 내년도 시설투자액과 사회공헌 예산은 줄이지 말 것을 지시했다. 예산 긴축 없이 경기 침체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구 회장은 최근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신규 채용인원도 줄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고용에 이어 투자와 사회공헌을 줄이지 않고 경기침체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LG그룹의 경영방침은 다른 대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구본무식 3불(不)'로 불경기 뚫는다

구 회장은 최근 계열사 CEO들과 가진 컨센서스 미팅에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시설 투자 감축 △사회공헌 활동비용 축소 등을 하지않는 '불경기 3불(不)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을 당부했다고 14일 그룹 관계자가 밝혔다.

구 회장은 "당장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고 투자를 줄이면 나중에 경기가 되살아났을 때 성장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하라"고 강조했다. 사회공헌 비용을 줄이지 말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주문이다. 구 회장은 "경제가 어려워지면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고통을 겪게 되는 어려운 이웃들이 늘어난다"며 "이런 때 LG가 사회공헌 예산을 줄일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룹 관계자는 "평소에도 구 회장은 경제지표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뜻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며 "이번 결정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그룹의 실적이 다른 기업에 비해 좋다"며 "구 회장의 '3불' 발언에는 고용과 투자를 줄이지 않아도 될 만큼 여력이 있다는 자신감도 배어있다"고 덧붙였다.

◆'3불' 반영해 사업계획 준비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방안을 준비해왔던 LG 계열사들은 컨센서스 미팅 직후 사업계획을 서둘러 조정했다. 각 사별로 예정돼 있는 사업구조 재편 방안은 그대로 진행하되 잉여인력은 각 사내 다른 부문으로 전환배치한다는 것이 LG그룹이 새로 내놓은 복안이다. 신규 인력 채용은 R&D(연구·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내년 시설투자 예산은 올해와 비슷한 11조원 선으로 잠정 확정했다. 그룹 관계자는 "태양전지,하이브리드카 전지,LED(발광다이오드) 등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친환경 신사업에 예산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 분야에 대한 투자도 늘어난다. LG그룹은 올해 1000억원이었던 디자인 관련 예산을 늘리기로 하고 증액 규모를 놓고 계열사들과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사회공헌 예산은 올해와 엇비슷한 수준인 1000억원 수준으로 정해졌다. 사회공헌의 테마는 '청소년'으로 재설정하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청소년 과학교육과 보건 의료 분야에 사회공헌 예산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LG 브랜드를 들으면 '청소년에 대한 사회공헌'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재정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c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