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오거리 1만가구 이주 … 인근 집값 자극
서울서 투자자 몰리고 실수요까지 가세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전체적으로 얼어붙은 가운데 유독 인천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에 이어 기존 도심을 재개발하는 사업이 곳곳에서 진행되면서 인천 지역은 물론 서울에서도 투자바람이 거세다.

5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와 중개업계에 따르면 인천 지역 아파트값은 지난달 전달대비 0.44% 올라 수도권 시(市)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0.19% 하락했고 서울과 신도시를 제외한 수도권은 0.00%의 가격변동률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인천 지역 집값은 올 들어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 유치와 경제자유구역 개발 등으로 급등했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상승률을 지속하고 있다. 올 1월 대비 지난달 말까지의 인천 집값 상승률은 11.40%로 지난해 전체 상승률 13.36%와 불과 1.96%포인트 차다. 올해 경기침체와 금리상승,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수도권 대부분 지역 집값이 보합세 및 약세를 보인 것과 대조된다.

이는 지난해 급등한 연수구 등 경제자유구역 집값이 인근 지역을 자극한 데다 인천에서 각종 재개발 및 '구(舊)도심 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구도심 재생사업은 낡은 건물들이 모여 있는 기존 도심을 공공 주도로 재개발하는 사업으로,인천에서는 현재 170여개의 재개발과 10개가량의 구도심재생사업이 진행 중이다. 실제 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가 자리한 연수구 집값은 올 들어 잠잠한 반면 구도심 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서구,계양구,동구 등의 집값 상승이 가파르다.

서구는 '가정오거리 입체도시' 개발지역 1만여 가구 주민들이 지난달부터 이주하면서 인근 집값이 상승세다. 이 사업은 대한주택공사가 노후주택 밀집지역인 가정오거리 일대 97만4000㎡에 2013년까지 주택 1만1000여가구와 금융타운 등을 조성하는 구도심 재생사업이다. 이주민들이 주로 찾는 인근 석남동 다세대는 대지지분(여러 세대 중의 한 세대가 전체 대지 가운데 소유권을 갖는 땅) 33㎡ 짜리가 올초 9000만원에서 1억4000만원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아파트값도 상승세다. 석남동 경남아너스빌 아파트 105㎡형(32평형)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3000만원가량 올랐다. 석남동 하나공인중개소의 고덕조 중개사는 "전세는 물량 자체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지하철 1호선 백운역 일대 재개발이 한창인 부평구에서는 산곡동 '스카이숲' 아파트 93㎡형(28평형)이 3000만원 상승했다. 송도는 아파트값 상승은 주춤하지만 전매제한이 없는 오피스텔은 최근 1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청약열기가 뜨겁다.

인천 집값 상승에는 서울 지역 실수요자와 투자자들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뱅크의 김근옥 연구원은 "강남 투자자들이 경기침체에 따라 투자액이 큰 서울 대신 인천 재개발 물량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보상비를 받은 서울 뉴타운 지역 이주민들이 서울에서 싼 집을 못 구해 인천으로 내려오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현지 중개업계와 전문가들은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심화로 인천 집값 상승도 점차 꺾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구 학익동 상지공인중개소의 박은상 중개사는 "금융위기 이후 매수세가 다소 둔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팀장은 "구도심 재생사업 이주 수요 등으로 연말까지는 소폭 상승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이문용 인턴(한국외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