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젊은 대표작가 김연수.히라노 게이치로.쑤퉁 인터뷰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주관하는 '제1회 한.일.중 동아시아문학포럼'에 참가한 한국의 김연수(38),일본의 히라노 게이치로(33),중국의 쑤퉁(45) 등 3국 작가 세 명을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에서 동시에 만나 인터넷 시대의 문학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김씨는 <7번 국도> 등을 발표하며 동인문학상,대산문학상,황순원문학상 등을 받은 젊은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는 <일식>으로 대학재학 중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한 일본 소설가. 쑤퉁은 모옌,위화 등과 더불어 국내에 잘 알려진 중국 작가로 중국 제3세대 문학의 기수로 불린다.


― 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김연수=예전에는 독자들이 '소설=예술'로 여겼는데,이제는 예술성보다 재미를 요구하고 있다.

▲히라노 게이치로(이하 히라노)=독서 외에도 할 게 많은 세상이니 문학이 예전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문자를 멀리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다만 책 외에 인터넷 등을 통해 활자를 접하는 경우가 늘어났을 뿐이다.

― 현재 문학이 직면하고 있는 변화의 물결에 본인 및 각국의 문학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히라노=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사소설이 한때 일본 문학의 큰 흐름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보급되면서 예전의 사소설처럼 개인이 각자 무언가 글을 쓰는 풍조가 생겨났다. 이제 소설만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야 한다.

▲쑤퉁=중국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가장 변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 작가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는 데 급급할 필요는 없다. 작가는 위대한 소설을 남기는 데 집중해야 한다.

▲김연수=문학의 미래를 낙관한다. 영화같은 경우에는 투자가 끊기면 제작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문학은 작가의 열정이 있다면 계속 써낼 수 있다.

▲쑤퉁=문학을 한다는 건 행운이다. 기업은 고객의 수요를 감안해 제품을 생산하지만,문학은 누구든 고객,즉 독자가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의 위기를 언급하는데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이 인터넷을 한다 해도 누군가는 기차에 앉아 좋은 책을 읽을 테니까.

▲히라노=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히는 게 작가의 임무다. 그 시대의 세계관을 사회에 알리고 세상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소설쓰기다.

― 각국에서 인터넷과 문학의 관계는 어떤가.

▲쑤퉁=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작가 20여명이 소설 시합을 벌였다. 누리꾼들의 답글과 조회수를 통해 평점을 매긴다. 유명 작가도 이 시합에 참가했다.

▲히라노=10~20대 여성을 중심으로 휴대전화로 소설 쓰기가 유행이다. 어떤 소설은 다운로드 횟수가 1500만회를 기록한 걸로 안다. 새로운 시도라고는 생각하지만 유행으로 끝나는 듯하다.

▲김연수=한국의 경우에는 귀여니의 작품 등 '인터넷 소설'이 한때 인기를 모았다. 당시 이모티콘과 외계어가 범람하는 인터넷 소설이 나오면서 인터넷과 기존 문학이 대립하게 됐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인터넷과 문학이 친화력 있는 관계를 맺고 있다. 기성 작가들이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하기도 하고,누리꾼들도 블로그 등을 통해 직접 글을 쓰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에서 글쓰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성숙해졌고,여기에 문학이 생산적으로 결합하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 동아시아 문학 및 문학의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히라노=서구 작품에 비해 한국 문학은 일본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이니치(在日) 문학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중국 문학의 경우 고전문학은 알려졌지만 현대문학은 아직 문학 애호가가 주독자층이다.

▲김연수=한국에 일본 소설은 상당수 들어와 있고 최근 중국 소설도 많이 소개됐다. 일본 문학은 플롯이 강하고 중국 문학은 미문(美文)이 돋보인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아는 문화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중·일 문학이 상대국에 번역돼 소개되는 일이 힘들 것 같지는 않다.

▲쑤퉁=중국 문학은 일본 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에 비해 한국 문학은 과거 외교적 관계가 없었던 탓인지 중국에 널리 소개되지 못했다. 오히려 서구보다 이웃인 한국과 일본에 내 작품이 늦게 소개된 걸로 안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쓰지 않는다. 해외에 번역.소개되는 일은 강물에 유리병을 띄우는 것과 같다. 아무도 줍지 않으면 흘러가는 거고 주우면 보게 되는 거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