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역사|프란체스코 바로니 지음|문희경 옮김|예담|304쪽|8만원

인류 사상 최초의 자전거는 프랑스 혁명 이듬해인 1790년 프랑스의 괴짜 귀족 콩트 메데 드 시브락이 만든 '셀레리페르'(빨리 달리는 기계)였다. 그러나 나무 축으로 두 개의 바퀴를 연결해 만든 단순 구조의 셀레리페르는 페달이나 조향 장치가 없어 두 발로 땅을 밀어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이로부터 사람들은 핸들과 페달,체인,공기 타이어 등을 하나씩 갖춰가며 오늘날의 자전거를 만들어 냈다. 1818년 프러시아의 드라이지네가 핸들을 장착했고,1861년에는 프랑스의 피에르 미쇼가 페달을 달았으며,1885년이 되자 영국의 존 켐프 스탈리가 체인으로 작동하는 현대식 자전거의 시작을 알렸다. 페달을 다는 데 71년,체인을 갖추기까지 93년,공기 타이어를 장착하기까지는 96년이 걸렸다.

이 책은 이 같은 자전거의 역사와 함께 '투르 드 프랑스'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해마다 열리는 23개 자전거 대회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기록·기술 경쟁 등을 1000여 장의 희귀 사진들과 함께 생생하게 소개한다. 캄파뇰로,비앙키 같은 유럽의 유서깊은 자전거 기업들과 19세기 말부터 시장에 등장해 BMX,산악자전거 등으로 일반 대중을 사로잡은 미국 기업 등 자전거 회사들의 성장 과정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자전거와 관련된 역사와 산업을 함께 아우르며 자전거에 단순한 탈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자전거는 인류와 함께 해온 문화라는 것이다. 자전거는 원래 귀족들의 오락거리나 서커스 도구였고,처음 등장했을 땐 경망스러운 물건으로 인식돼 금지품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발전했고,자전거 경주대회가 열린 이후에는 스포츠 장비로 각광받기 시작했으며,1980년대 이후로는 웰빙 붐과 함께 건강을 지켜주는 도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자전거의 변신 또한 눈부시다. 나무로 만들었던 프레임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무게도 가벼운 금속제를 거쳐 산악자전거 등장 이후로는 탄소섬유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면서 대대적인 소재혁명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자전거의 이런 산업·문화사적 변화와 함께 디자인·기동성을 함께 갖춘 미래형 자전거의 등장을 예고한다. 또 세계 각지의 자전거 대회와 암을 이겨내고 '투르 드 프랑스' 7회 연속 우승을 이룬 랜스 암스트롱 등 자전거 챔피언들의 감동적 이야기도 시원한 화보와 함께 전해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