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 논설위원ㆍ경제교육연구소장 >

금융위원장 후보가 없다고 한다.참 웃기는 얘기다.이명박 정부도 별 수 없다는 말인지 모르겠다.지금과 같은 논리 구조라면 눈을 씻고 찾아도 사람이 없을 수밖에 없다.뿌리 깊은 관치금융 구조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사람을 찾다 보면 기껏해야 폴리페서들이거나 관료 출신밖에 남을 것이 없다.당연하다.교수는 실무를 해보지 않았으니 검증할 방법이 없고 바로 그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하다 안 되면 그 사람이라도 쓴다"는 차악의 선택지일 뿐이다.그러다 보니 돌고 돌아 '문제 없음'으로만 따지면 관료밖에 없는 것이다.그래서 이 관료 저 관료를 추천해보았자 이명박 당선인의 눈에는 차지 않게 된다.

당선인 주변 사람들부터가 관료 출신이거나 "저요, 저요!"를 외치고 싶은 명망가들이다.그래서 굳이 은행장 출신을 쓰려니 해당 인물들이 모조리 외국계 은행에서 터를 잡고 있다가 외환위기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얼떨결에 잘나간 사람들 뿐이다.그 분들에 대해서야 현직 관료들이 인물됨을 꿰뚫고 있는 터여서 좀체 용납키 어려울 것이다.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이들 외국계 은행 출신들은 너무도 잘나가지 않았나.더구나 골프장에서건 밥집에서건 관료 나리들을 지극 정성으로 모셔왔다고 정평도 나있다.그러니 이름 깨나 있는 누구누구는 알고 보면 과대평가도 유분수라는 식의 인물평만 저잣거리 휴지처럼 금융가를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다.참여정부의 '천하의 인물' 수준이 그랬다.

그런데 금융위원장 후보를 왜 굳이 은행장이나 관료나 학교 관리 경험조차 없는 관변 교수들에게서 찾나.금융위원장이 다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가 무엇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적합한 인물을 찾는 과정의 출발이다.금융위원장이 직면해야 하는 업무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본시장의 리스크 관리다.증권회사는 말할 나위도 없고 은행도 보험도 증권 관련 업무에 몰입해 있는 것이 전 지구적 현상이다.은행은 펀드를 팔아 먹고 살고 보험조차 변액보험을 판다.금융의 증권화 현상은 길게 설명할 까닭도 없다.기업들도 증권시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사활을 걸고 있다.기업 경영에 대한 평가도 증권시장의 주업무이고 신산업 육성도, 산업 구조조정도 모두 증권시장의 일이다.은행 예대 업무에 대한 고전적 감독이야 한국은행 하나로도 충분하다.금융위원장을 증권계 인물로 쓰지 말아야 할 이유가 이제는 없다.관료들이 문전옥답을 잃는다며 반발할 것이 유일한 고려 사항일 뿐이다.현직 증권거래소 간부도 관료 출신이고 은행장도 관료 출신이고 심지어 최근에는 사모펀드까지 관료 출신이 한다고 덤비는 관료들의 낙원이다.정부가 금융 규제를 거미줄처럼 만들어 놓았으니 당연히 관료 출신들이 잘 나갈 밖에 도리가 없는 이 기이한 관료 독식 구조를 이명박 정부도 되풀이할 것인가.관료들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사람을 찾으니 당연히 답이 없다.

이 먹이사슬을 깨자는 것이 이명박 정부다. 당선자는 월가와도 말이 통하는 사람을 찾는다고 한다.후보는 많다.지금 잘나가는 시중은행장들이 외국계 은행 한국 지점에서 편히 근무할 때 뉴욕 월가에서 동분서주 코리아 펀드를 팔기 위해 뛰어다니면서 30여년 증권 경력을 시작했던 사람이며,다 망해버린 대우증권을 기어이 1등으로 다시 올려놓은 사람이며 금융위원장을 감당할 만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은행과 증권을 두루 섭렵한 사람도 있다.왜 이들을 제쳐놓고 폴리페서 아니면 낡고 낡은 관료에서만 사람을 찾나.정부 업무와 민간 업무는 다르다고? 그럼 미국은 왜 증권사 사장으로 재무장관을 시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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