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중구 동성로는 하루 평균 50만명이란 유동인구가 몰리는 대구 최대 상권이다.

전국 5대 광역시를 통틀어서도 동성로만한 도심 상권을 찾기가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구시 전체 인구(250여만명)의 5분의 1이 동성로 일대에 모인다는 얘기다.

동성로 상권은 북쪽의 대구역에서 남쪽으로 반월당 네거리를 잇는 약 1km 거리의 동성로 대로변과 이면의 대백(대구백화점의 통칭) 일대 상권을 일컫는다.

1960년대 이후 40년 이상 대구 유일의 패션·판매 상권 역할을 해 온 동성로 상권은 현재 영화관 주점 노래방 유흥업소 등이 뒤섞이면서 대구 최고의 노른자 상권으로 발돋움했다.

시청 삼성금융플라자 경북대병원 등 주요 행정기관과 편의시설이 동성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재작년 대구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동성로 남쪽에 반월당역이 생기면서 기존 1호선 중앙로역과 함께 이 일대에 거대한 역세권이 형성되는 추세다.

동성로 상권은 40년 전과 마찬가지로 패션과 판매 기능이 강한 곳이다.

그러나 유동인구 중 대부분이 10,20대라 지갑이 얇다는 게 단점이다.

한 가지 특징은 메인 도로든,외곽이든 구역별로 상품 종류가 뚜렷이 구분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백에서 이동통신 거리를 잇는 메인도로변에는 유명 브랜드 패션 가게가 밀집해 있고,메인도로 이면 골목에는 보세의류나 액세서리로 특화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동통신대리점 50여개가 폭 5m의 도로 좌우에 집중된 것도 눈길을 끄는 모습이다.

지난 23일 금요일 오후.동성로 상권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동성로 2가의 일명 '대백' 주변은 서울 명동을 방불케 할 만큼 인파가 넘쳐났다.

대백 남쪽으로 난 도로변의 남성·여성 의류 매장과 이면 '로데오거리'를 봄 옷을 사러 나온 10,20대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가게 주인들은 "수년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구 경기가 말이 아니지만 동성로 상권은 대구뿐 아니라 경산 칠곡 구미 소비자들까지 빨아들이고 있어 아직까진 경쟁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스포츠캐주얼 의류점 '아디다스' 관계자는 "작년보단 매출이 20%가량 줄었지만 유동인구가 워낙 많아 주말 매출이 주중보다 두 배 이상 오른다"면서 "하루 평균 매출은 300만원 수준으로 부침이 그렇게 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면 도로에 위치한 4평 규모의 옷집 '이데'는 줄잡아 의류·잡화매장만 100개가 넘는 로데오거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 동대문시장으로 점주 김기수씨가 직접 가 최근 유행하는 의류와 잡화를 구입한다.

김씨는 "10,20대 초반 여성을 타깃으로 서울에서 유행하는 모자나 액세서리 등을 직접 골라 사온다"며 "최근 로데오거리에 의류매장이 넘쳐 10곳 중 6군데만 현상 유지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지만,우리 가게는 월 평균 1000만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저녁이 되면 퇴근길 직장인들로 이 일대는 불야성을 이룬다.

수성구 황금동 등으로 외식상권이 분산되는 조짐이 있지만,아직은 회식장소로 각광받고 있다는 게 외식업소 주인들 얘기다.

최섭규 옹골집 화로 대표는 "동성로는 대구의 정중앙에 위치해 만남의 장소로 이미지가 굳었다"며 "단골 손님 위주로 하루 평균 150만∼200만원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60평 규모에 보증금 4000만원,월세 400만원으로 객단가(1인당 소비지출액)는 1만원 안팎이다.

대구백화점 맞은 편 대로변에 있는 퓨전 호프집 '카사블' 관계자는 "주중에도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들어와 매장 안 40개 테이블이 꽉 찬다"며 "2∼3년 전에 비해 수입은 20%가량 줄었지만 도심지에 마땅한 회식장소가 없어 한 번 맛있다고 소문난 집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증금 3500만원,월세 500만원으로 월 평균 5000만∼60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핵심 지역은 그런 대로 장사가 잘 되지만 중심을 벗어난 외곽 지역은 침체돼 있는 분위기다.

하경태 신평부동산 소장은 "대로변에 있는 20평 규모 1층 매장은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000만원 수준"이라며 "대백 인근에는 공실률이 거의 없을 정도이나 외곽 지역은 매물이 나와도 팔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동성로 일대에는 쇼핑몰 건립 바람이 불고 있다.

연말까지 무려 6곳의 쇼핑몰이 들어서기로 예정돼 있다.

쇼핑몰들은 기존의 패션·잡화 매장 위주에서 문화와 오락·쇼핑 기능을 겸한 '멀티 복합상가' 형태를 띠고 있다.

쇼핑몰 '동성로 파티'는 CGV 12개관과 e-스포츠 상설 경기 오락장을 갖췄다.

2·28기념공원 맞은 편에 들어서는 '더락(the 樂)'은 연면적 5300여평,지상 14층(지하 2층) 규모로 고급스러운 외관에 롯데시네마(9개관),클리닉센터,문화예술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밖에 아이트윈타워,센트롤M,대현프리몰 등도 동성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이들 대형 쇼핑몰이 잇달아 문을 열면 다소 위축됐던 동성로 일대 상권이 다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성호·황경남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