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내륙 고속도로 북상주IC를 내려 국도를 따라 10여분 거리에 있는 토리식품. 이 회사 대표 김영태씨(41)는 지난해 말까지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뛰었다.


김씨는 14년간의 기자생활을 접고 지난달 16일 고향인 상주로 내려와 친환경식품 가공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부인 김영선씨의 사업을 돕다가 급기야 직업을 바꾸게 됐다. 경기도 일산신도시에 살면서 생활협동조합 활동을 해오던 부인 김씨는 협동조합의 물품이 너무 빈약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나머지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경북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던 부인은 독특한 제조법으로 토마토 케첩을 만들어 회원들에게 나눠줘 봤다.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자 김씨는 남편과 상의해서 상업화에 나서기로 했다.


적금을 헐어 창업자금을 마련한 부부는 지난 2001년 10월 자택(일산신도시) 인근 아파트 상가에 친환경유기농산물 가공식품가게를 열었다. 상호는 '흙에서 이로움을 찾는다'는 의미의 '토리식품'으로 정했다.


토마토 케첩 등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듬해 매출이 1억5000만원으로 급성장했다.


수요가 전국적으로 늘어나자 토리식품은 식품 판매업에서 제조업으로 업종을 바꾸고 일산신도시 인근에 60평짜리 제조설비를 갖췄다. 생산제품도 카레,옥수수 수프,돈가스 소스 등으로 늘렸다. 인터넷에까지 소문이 퍼지면서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작년 매출은 6억원. 올해는 상반기 매출만 5억원.


사업이 나날이 번창하면서 남편은 1인 3역을 해야 했다. 평일에는 신문사 생활을 하고 휴일에는 공장기계를 손보고 부인이 직접 나서기 힘든 거래처 접대도 해야 했다.


남편은 여러 달 고민 끝에 언론인 생활을 접기로 했다.


"내 땅에서 난 내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신토불이와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결단을 내렸었지요."


남편이 전면에 나서면서 공장도 확장키로 했다. 입지는 수도권보다 농민들과 호흡을 같이할 수 있고 마음도 편한 고향 상주로 정했다.


8억원이 투입된 상주 토리식품 공장은 파리 한 마리 들어올 수 없는 첨단 위생설비와 자동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작업장 입구에는 에어커튼으로 불순물 유입을 차단하고 환기도 클린룸에 준하는 설비를 갖췄다.


김 사장은 학생이 없어 문을 닫은 폐교인 공검초등학교의 실습장 부지를 매입해 공장을 지었다.


"이 학교는 저의 모교입니다. 학생이 없어 학교가 문을 닫을 정도로 피폐해진 고향을 다시 일으키는 데 일조한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이 공장의 제품은 케첩 카레 돈가스소스 부침가루 튀김가루 핫케이크가루 등이다. 원료는 전국에서 품질이 좋은 것들만 골라서 조달하고 있다. 대부분 산지 협동조합을 통해 계약재배한 것들이다.


김 사장은 요즈음 새 과업(?)에 도전하고 있다. 유기농산물 재배를 농가에 장려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미 상당수 농가와 순수 유기농법 채택을 전제로 매입계약까지 체결했다. 2007년부터 소규모 토종밀 가공공장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허브농원 사업에 착수한다는 장기 로드맵까지 그려놨다. 허브농원에선 레스토랑의 고급 음식에 들어가는 각종 향신료도 생산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자기처럼 도회로 갔던 상주 출신들이 한둘씩 내려오면 어느 날 폐교된 모교가 다시 문을 열게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054)541-5388


상주=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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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공동체 생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면 차라리 지금 당장 귀농을 포기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특히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 갖고 귀농을 결심한다면 굉장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농촌이라고 하는 곳은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농촌 사람들은 남의 말 하기에 익숙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 이사 온 사람이건,기존에 살던 사람이던 간에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법입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받고 싶다면 이쯤에서 다시 귀농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묵묵히 일만 열심히 한다고 미덕이 아닙니다.


그리고 시골 인심 또한 그리 녹녹한 편은 못 됩니다.


여러분이 시골로 찾아갔을 때 맨 먼저 부닥치는 것은 텃세와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그곳이 비록 고향일지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 경우 공동체 생활과 손해보는 생활에 익숙지 못하다면 바로 적응에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적응하기가 도시의 직장생활보다 훨씬 더 힘들지도 모를 농촌생활.환상이 아니라 비전과 꿈을 갖고 도전해야 할 것입니다.


/김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