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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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최근 나온 조사결과가 눈길을 끕니다. 30세 미만 주택구입자의 38%가 계약금(downpayment)을 지불하기 위해 가족으로부터 현금선물(cash gift)을 받거나 상속재산(inheritance)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부동산중개플랫폼인 레드핀(Redfin)에서 2023년 봄에 최근 이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23%는 가족으로부터 받은 현금선물을 21%는 계약금으로 상속받은 돈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생애 최초로 주택을 마련하는 비용이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족 자금이 없는 젊은이들은 주택을 소유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가족의 도움을 받는 주택소유자를 네포주택구입자(Nepo-Homebuyers)라고 합니다. 네포(Nepo)란 가족주의(Nepotism)에서 차용한 축약어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일견 주택수요를 자극할 수도 있지만 세대간 부의 불평등과 경제적 기회 또한 제한할 수 있습니다.

젊은층이 집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베이비부머와 2030세대를 비교하면 집을 소유하고 있는 비중은 거의 두 배나 차이가 납니다.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늘어나고 있는 이유입니다.

주택구입을 미루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등락은 있지만, 주택가격은 장기적으로 오르기 때문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이 기회를 잡는 것이 좋습니다. 저렴한 주택(affordable housing)의 비율은 2013년 37%에서 2022년 13%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부모은행은 빠른 내 집 마련에 큰 도움을 줍니다.
"어떻게 내 돈으로만 집 사나"…부모은행, 늘어나는 이유[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주택을 소유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는 성인이 되어 주택소유자가 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큽니다. 2021년 레드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주택소유자의 79%는 집을 소유한 부모가 있었고, 67%는 집을 소유한 조부모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주택소유확률은 출생할 때 결정될 가능성이 크며 부모은행의 도움은 계속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령별로 생각하면 베이비부머가 2030세대에게 부모은행을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통계를 보더라도 베이비부머는 계속해서 주택시장에 머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2030세대와 베이비부머를 한 그룹으로 묶어서 동일한 주택수요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모델하우스를 방문해보면 젊은 세대들도 있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베이비부머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부모은행(Nepo Home)에 대한 논의가 제기됐습니다. 증여세 면세한도를 현재의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늘리려는 정부의 정책입니다. 결혼하게 되면 모두 3억원을 받을 수 있으니 대출을 추가로 활용하면 평균적인 주택을 구입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겁니다. 이 기준은 일본의 면세한도인 3000만엔(약 2억7000만원)을 참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증여세 면세한도를 올리려는 계획인 겁니다. 2014년 세법개정을 통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된 이후 변화가 없었습니다. 해외의 사례를 생각한다면 현재보다는 많이 높이는 것이 필요할 듯합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2023년 기준 연간 면세한도는 1만7000달러(약 2260만원)이며 미국 거주자의 생애 면세한도는 1292만달러입니다. 원화로는 170억이 넘습니다. 배우자간 증여의 경우에도 한국은 10년간 6억원인데 미국 시민권자인 경우에는 증여, 상속에는 면세한도가 없다고 합니다.

부모은행은 대부분 계약금(downpayment)을 지원해주는 걸로 제공됩니다. 1년에 부모 개인당 연간 면세한도가 1만7000달러이니 부부가 합치면 3만4000달러까지 증여세 없이 줄 수 있습니다. 결혼이나 동거를 고려한다면 배우자(파트너)를 포함하여 6만8000달러가 되겠죠. 따라서 자금조달 계획은 여유를 가지고 수립한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세대 간 자금의 이전되는 수단으로는 시끄러운 상속보다는 증여가 훨씬 좋습니다. 고령화시대에는 피상속인의 연령 또한 높아지니 경제적 파급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증여세 면세한도를 높이려는 시도는 저 출산을 막고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측면에서도 좋은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기지 금리가 우리보다도 높은 미국은 집값도 계속 오르는 중입니다. 금리와 집값이 모두 오르면서 주택구매력은 역대 최대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현금으로 성인 자녀의 집을 사주고 돈을 나눠서 갚게 하거나 모기지 금리가 떨어질 때 대출을 받아서 갚으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은행은 차주한테 7%의 이자율을 적용하겠지만 부모는 그렇지 않고 원금만 돌려받고 싶을 뿐일 겁니다. 이래저래 부모은행은 계속 늘어날 듯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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