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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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CEO인 나성실씨는 요즘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들이 서른이 넘도록 취직도 안하고 용돈만 받아서 하루하루 살고 있는 것입니다. 나성실씨는 고심 끝에 아들에게 상가를 하나 사 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월세라도 꼬박꼬박 받으면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달뒤 나성실씨는 서울 강북에 10억원 상당의 상가를 아들 이름으로 구입해 줬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납부해야 할 증여세 2억2500만 원도 대신 내줬습니다. 6개월 뒤 세무서에서 증여세를 무슨 돈으로 냈는지 소명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나성실씨는 세무서에 자신이 납부했다고 당당하게 얘기했습니다.

얼마뒤 세무서로부터 증여세 8500만 원을 추가로 내라는 고지서를 발급받았습니다. 증여세는 이미 냈는데 추가로 또 내라니 이 무슨 날벼락 같은 이야기일까요?
[그림 - 이영욱]
[그림 - 이영욱]

납부한 증여세도 자금출처 조사대상

우리나라는 고액자산, 특히 부동산을 취득할 때 취득자의 직업, 연령, 소득상태 등을 고려해서 해당 부동산을 스스로 취득할 능력이 없다고 추정될 경우 취득자금에 대한 출처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정한 소득이나 재산이 없는 상태에서 증여세를 납부했다면, 부동산 취득자금 뿐만 아니라 납부한 증여세 또한 자금출처 조사의 대상이 됩니다. 납부한 증여세의 자금출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이 또한 증여로 보고 있습니다.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5조【재산 취득자금 등의 증여 추정】
① 재산 취득자의 직업, 연령, 소득 및 재산 상태 등으로 볼 때 재산을 자력으로 취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 재산을 취득한 때에 그 재산의 취득자금을 그 재산 취득자가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여 이를 그 재산 취득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
나성실씨는 아들에게 건물을 사주고 증여세도 대신 납부했습니다. 나씨의 아들은 일정한 직업도 없으며 재산도 없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납부한 증여세 2억2500만 원도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아 납부한 것으로 추정해 증여받은 2억2500만 원에 대한 증여세가 추가로 추징된 것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세율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0억원 상당의 부동산에 대한 증여세는 2억2500만 원으로 약 22.5%의 세율인데 반해, 대납한 세금 2억2500만 원에 대한 증여세는 8500만 원으로 세율이 약 37.8%에 달합니다.

이는 누진세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증여세는 동일인으로부터 10년 간의 증여재산을 합산해 계산합니다. 합산된 증여재산가액이 커질수록 증여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 구조입니다. 아들이 납부해야할 증여세를 아버지 나성실씨가 대납했을 경우, 아들이 추가로 납부해야하는 증여세의 계산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취직 못한 아들 건물 사주면서 2억 세금 냈는데…" 날벼락 [도정환의 상속대전]
나성실씨의 아들이 추가로 납부해야 할 증여세는 8500만 원입니다. 만약 이 세금도 나성실씨가 대신 납부한다면 또다시 자금출처 조사를 받게될 수 있습니다. 아들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려다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는 최악의 경우입니다.

증여 대신 '부담부증여' 활용해야 절세 가능

그렇다면 증여세를 최소화하면서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자녀가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나성실씨가 먼저 기준시가가 8억 원이고 시가가 10억 원인 건물을 취득해 그 건물을 담보로 대출 또는 보증금을 발생시켜 건물에 대한 부채 8억 원을 발생시킵니다. 이렇게하면 일정기간(최소 3개월 이상) 후 자녀에게 건물을 증여하면서 부채도 같이 부담하게 합니다. 이것이 '부담부증여'인데 증여등기를 하기 때문에 자금출처 조사를 받지 않으며, 증여세도 '0'이 됩니다. 취득세를 2회 내야 하지만 세율이 4%대입니다. 증여세 한계세율 40%에 비해 큰 금액은 아닙니다.

부담부증여의 경우 증여자가 이전한 채무액 만큼을 대가로 재산을 판 것으로 보고 취득가액보다 양도금액(채무액)이 클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양도금액은 8억 원, 취득금액은 10억 원으로 과세표준이 (–)2억 원이 되어 양도소득세의 부담도 없습니다.

이렇게 부담부증여를 활용하면 취득세는 추가로 발생할 수 있지만 3억1000만 원의 증여세가 완전히 절감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부채를 8억 원이나 일으켜야 된다는 극단적인 가정과 그만큼의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하지만 절세를 위해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부담부증여가 항상 증여보다 유리한 것도 아니고, 배우자나 직계비속에 대한 채무이전이 무조건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부담부증여는 증여세 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와 취득세가 발생합니다. 때문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이 적용되거나 취득세 중과세율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부담부증여를 선택했을 때 오히려 세부담이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부담부증여로 이전된 채무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으므로 부담부증여 후 채무를 대신 변제해 주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한서회계법인 도정환 세무사,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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