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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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부품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나차명씨는 많은 현금 때문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수십년 전부터 거래처의 요청으로 차명계좌로 거래를 시작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사업이 자리잡고 커지면서 거래 규모가 커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사업초기만 하더라도 얼마 되지 않는 수준이었지만, 이제 매달 신고하지 못하는 금액이 2000만원 정도까지 불어나게 됐습니다.

합법적으로 차명계좌의 돈을 쓰고 싶었던 나차명씨는 고민 끝에 번뜩이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들에게 이 돈을 증여하고 증여세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나 씨는 차명계좌에 있는 현금 중 3억원을 아들에게 증여했고, 아들은 4000만 원의 증여세를 납부했습니다.

증여세 신고 후 6개월 뒤 관할 세무서의 증여세 조사와 증여자인 나차명씨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자금출처 조사 도중 회사의 차명계좌가 발각됐습니다. 회사에 대한 법인세 세무조사도 추가됐습니다. 앞으로 나차명씨는 어떻게 될까요.
[그림 - 이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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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차명씨는 증여 자금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에 대해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증여받은 자녀가 증여세를 제대로 신고하고 납부하면 당장에는 자금출처 조사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추후 과세관청이 증여자의 소득 내역 등을 검토하게 됩니다. 보유한 자산이나 소득에 비해 과도한 재산이 증여됐다고 판단되면 증여자의 증여재산에 대한 자금출처를 조사하게 됩니다.

자금출처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차명계좌의 존재가 드러나게 됩니다. 이것이 사업과 관련된 것이라면 증여세와는 별도로 증여자의 누락된 사업소득에 대한 법인세 또는 소득세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도 추가로 부과하게 됩니다. 심한 경우 해당 사업장에 대한 정밀 세무조사가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자녀가 고가의 주택을 취득해 자금출처조사를 받던 중 그 주택취득자금이 부모로부터 현금을 증여받고 증여세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밝혀진 사례가 있습니다. 부모의 소득에 비해 자녀에게 증여한 현금 규모가 컸던 것이죠. 결국 부모의 증여재산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로 이어졌고, 부모의 사업소득을 누락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부모가 운영 중인 회사에 대해 정밀 세무조사에 들어간 건 물론입니다.

이렇듯 상속과 증여는 상속세와 증여세의 신고, 계산, 납부 뿐만 아니라 그 출처에 대해서도 조사를 합니다. 증여를 고려할 때는 증여재산의 출처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한서회계법인 도정환 세무사,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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