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한경 DB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한경 DB
내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금융투자소득세)가 전면 실시됩니다. 개인 투자자에 한해 연간 5000만원 이상 소득에는 22%, 3억 이상 소득에는 27.5% 세금을 물리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와 맞물려 금융투자업계와 일부 정치인들은 거래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확대와 거래세 폐지는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숙원 사업입니다.

다만 이해 당사자인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했는 지 의문이 듭니다. 만약 정부가 강행을 한다면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주식시장에는 하락장이란 먹구름이 짙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는 단기 폭락 이후 박스권 늪에 빠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식 양도소득세와 거래세 폐지 주장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습니다. 우선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과 일본의 비교대상이 아닙니다. 여러모로 환경이 비슷해 비교 대상인 대만, 홍콩, 싱가포르. 중국, 뉴질랜드 등은 주식 양도세가 없으며, 우리는 아직 이머징 마켓에 속해 있습니다.

선진 시장인 미국과 일본이 도입했다고 우리도 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가 않습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강요하는 것이며 뱁새가 황새를 좇는 행위이므로 시기상조입니다.

우리와 환경이 가장 비슷한 대만은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을 두 차례 시도했다가 실패했습니다. 1989년 강행 후 1개월 만에 지수가 30% 이상 폭락했으며, 폭동까지 일어났습니다. 대만 주식시장은 현재까지도 미도입 상태입니다. 우리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혜택 못 받는 개인투자자들…독박과세

주식 양도소득세는 결국 개인 투자자 증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주식 양도소득세 세제 개편을 강행한 것은 사실상 증세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세제 개편으로 이익을 보는 주체가 거래세 인하로 혜택을 보는 외국인 투자자를 비롯해 기관 투자자, 거래량 증가로 수수료가 늘어나는 증권사들이라는 점입니다.

개인 투자자 중 일부는 거래세 인하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 전체 입장에서 살펴보면 △주식양도세 신설로 인한 증세분과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세 감세분 모두를 개인이 직접 떠안아야 합니다. 결국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도입은 '개인 투자자 독박 과세'입니다.

과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 외국인 우대 정책도 살펴봐야 합니다. 현재 외국인 비거주자(조세 회피처 및 조세 비협약 국가 투자자)에 대한 주식 양도소득세는 종목당 지분 25% 이상 보유자에게만 과세 됩니다.

내국인 역차별이란 이유로 2017년 외국인 비거주자 과세 대상을 지분 5% 이상으로 개정하는 법안을 상정했는데, 외국인과 금융투자업계의 큰 반발로 정부가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외국인을 우대하고 자국민을 차별하는 주식 양도소득세는 반드시 시정돼야 합니다. 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과세 불평등에 대해 반발하고 있습니다. 향후 대선 후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투자자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서학개미 급증, 누가 우리 시장을 지킬 수 있을까요. 지난해 예탁결제원을 통한 해외주식 결제대금은 3984억 달러로, 2020년 1983억 달러 대비 2배나 급증했습니다. 올해도 미국 주식시장 투자 열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지난해 코스피 상승률(3.6%)은 세계 주요 20개국(G20) 중 18위로 최하위권입니다.

결국 개인 투자자들만 손해?…해외로 떠날수도

요즘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선 미국으로의 주식 이민 현상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주식 양도소득세가 22%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내년부터 최고 27.5%까지 주식 양도소득세를 적용하게 되면 누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투자를 할 지 걱정이 듭니다.

세수 감소로 개인 투자자들 추가 증세 우려도 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에 남은 일부 투자자들이 납세 회피를 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큰 손들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 다수는 1인 법인을 설립합니다. 법인의 경우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세수부족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의 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동산 값 폭등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파이터치연구원의 연구 조사 결과를 인용해 주식 양도소득세를 강행하면 부동산 폭등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구체적으로 주식 양도세율 20% 과세 시 집값이 73% 뛴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입니다. 파이터치연구원이 G20 국가를 대상으로 2013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도별 데이터를 활용해 주식 양도소득세와 주택 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로 주식 양도세 도입이 되면 주식 거래량이 감소하고 그 수요와 대체 관계에 있는 부동산으로 이동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은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시행이 몰고 올 쓰나미(주식 하락, 부동산 폭등)를 피해갈 구체적 대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최근 정치권에선 거래세 폐지 논의가 활발합니다. 거래세가 폐지되면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증권사들에게는 수수료 증대라는 대형 호재가 생깁니다.

하지만 주식시장 관점에서 보면 장점보다 폐해가 많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뜩이나 단타 성향이 짙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첨단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외국계 초단타 증권사들의 고빈도 매매에 의해 개인 투자자 평균 수익률은 오히려 저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본시장 시스템이 선진화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의 증권거래세 폐지는 주식시장의 뿌리를 약하게 만드는 달콤한 독약 처방이라고 봅니다. 뿌리가 약해진 식물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열매를 맺을 수 없게 됩니다. 결국 거래세 폐지는 살얼음 위를 걷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세수 예측이 용이한 거래세와 달리 주식 양도소득세는 예측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개인 투자자가 얼마나 수익을 낼지 또 얼마나 회피를 할지 누구도 모릅니다. 복잡한 세금 계산 방법으로 인해 전문 지식 없이는 세금 신고가 불가능합니다. 결국 대리 세무신고 이용에 의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해집니다. 아울러 반기별 원천징수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매우 불리하고 증권사와 세금당국만 유리한 제도입니다.

내년 시행 예정인 주식 양도소득세를 폐지하는 것이 1000만 주식 투자자와 주식시장과 국민 경제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라고 봅니다. 당장 철회가 힘들다면 2년 후 시행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이 기간에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과 기관, 외국인 간의 과세 형평 및 공정한 룰을 유지해야 합니다. 또 개인 투자자 독박과세 폐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차라리 거래세를 소폭 인상하고 주식 양도소득세를 폐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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