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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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신발을 15년 이상 판매해온 필자는 요즘 쑥쑥 늘어나는 판매량으로 맨발걷기 열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맨발의 감각을 살리면서 몸 안의 정전기를 없앤다는 어싱 걷기가 결합되며 그 열기가 심상치 않다. 이런 열풍에 지자체들의 지원도 어느 때 못지않게 뜨겁다. 이제 각 시, 군, 구 마다 한두개 정도의 맨발걷기 코스를 만들어 놓지 않은 지자체는 없다. 맨발걷기는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에 다양한 이점을 가져다주며, 이는 지역사회 공간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맨발걷기 공간은 해당 지역 시민들이 이용할 확률이 높아서 지역 주민들이 자연과 접촉하고 건강을 증진하며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지역사회가 맨발걷기로 활용하는 공간은 주로 (1) 자연친화적인 공원으로 잔디밭, 산책로, 운동장 등 다양한 지형이 조성되어 있어,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2) 숲 속 자연로로 맨발걷기를 통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무, 풀, 꽃 등 다양한 식물을 만지고 느낄 수 있다. (3) 학교 운동장으로 넓고 물이 잘 빠지면서 발의 감각을 잘 살릴 수 있는 운동장 등이다. 그리고 이런 곳에는 대체로 동네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된 맨발걷기 클럽이 있다. 대표적인 맨발걷기 클럽으로는 서울 성북구의 개운산, 강남구의 대모산, 경북 포항의 맨발학교 등은 물론이고 이제는 거의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 자발적으로 형성돼 있다. 전주시의회는 올해 2월 ‘전주시 도시공원 맨발걷기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고, 전라북도는 남원(교룡산 국민관광지), 진안(마이산 북부), 무주(금강변 마실길), 순창(추령 장승촌) 등 관광명소를 연계해 만들 예정이다. 경기도 수원시는 산림치유프로그램을 만들어 광교산, 필보산, 일월.영흥 수목원 등에서 숲속을 맨발로 걷고 명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말까지 이미 1200여명이 참가했다.

이처럼 맨발걷기는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대단히 지자체 밀착 활동이다. 따라서 지방자치제가 유지되고, 지자체의 수장이 지역에서 선거구민의 인기를 끌기 위한 지역주민 지원 방법으로 대단히 가성비 높은 선거 공약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은 어떻게 지역주민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면서 자신의 인지도와 지지도를 높일 수 있을까?

맨발걷기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을 많이 조성하는 것이다. 맨발걷기에 적합한 흙길이나 황토길을 공원, 도시공원, 등산로, 숲 체험코스 등에 조성하거나 확충하고 정비한다. 전주시의회는 맨발걷기 활성화 조례를 통과시켜 도시공원 등에 길을 만들 때 맨발 걷기 산책로를 최소 30% 이상 흙길로 우선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도록 했다. 그리고 맨발걷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세족대, 발마사지기, 발바닥 청결제, 발바닥 보호용 슬리퍼 등의 시설을 설치한다. 포항시는 맨발걷기 좋은 도시 조성을 위해 송도 솔밭, 흥해 북천수, 기계서숲, 형산강변 등을 '맨발로 30선’으로 지정하고 세족대 등을 설치했다. 각 지자체에서는 단순히 길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서 이 시설을 지역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맨발걷기의 건강 효과와 장점을 알리고, 맨발걷기를 이벤트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인증과 홍보를 지원하고 있다. 대전시는 ㈜맥키스와 함께 계족산 황토길을 맨발걷기의 메카로 만들고 맨발걷기 힐링캠프, 맨발걷기 대회, 맨발걷기 인증서 발급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대전시는 맨발걷기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과 단체들과 협력하고, 맨발걷기 활성화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맨발길을 조성하고 지역 주민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참여 증진 방안도 다양하다. 우선 ‘우리 동네에도 이런 길이 생겼습니다’하고 동네방네 알려야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치단체장의 성과도 홍보가 된다. 그리고 걷기만 하는 게 아니라 맨발걷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다양한 연령대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족 단위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프로그램,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 건강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토리야마 보육원에서는 아이들을 맨발로 걷게해 성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 것으로 유명하다. 보통의 경우 맨발걷기 코스는 산 길이나 한적한 공원에 조성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도심 속 공원이나 산책로 등 보다 접근성이 좋은 곳에 만드는 것도 좋겠다. 걷고 난 후 발을 상쾌하게 씻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그 자리에 약간의 공간을 만들어 쉬기도 하고, 서로 토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면 좋겠다. 지역 주민으로 하여금 맨발걷기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만들게 하여 강사 역할을 하면서 소정의 수고료를 지불하면 훨씬 더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활동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역시 맨발걷기 동호회가 자발적으로 발생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들 조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 동호회 회원들은 애향심과 더불어 자치단체와 자치단체장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된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맨발걷기는 하나의 트렌트로 자리잡고, 문화 현상이 되고 있다. 맨발걷기가 건강한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맨발로 걷는 사람의 자발적인 노력에 더해 지자체에서 맨발걷기 문화를 지원해야 한다. 이는 새로운 지역문화의 발전과 더불어 국민 건강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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