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뉴타운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오는 3월 첫 분양을 앞두고 왕십리뉴타운 1구역 조합원 일부가 성동구청과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설립무효’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조합설립인가는 물론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이 모두 무효 처리되어 향후 왕십리뉴타운은 상급법원의 심리결과에 좌우됨에 따라 그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왕십리뉴타운은?
성동구 하왕십리동 440번지 일대 총 부지면적 337,200㎡(실제 개발사업면적 305,788㎡)를 개발하기 위해 2002년 길음, 은평뉴타운과 함께 시범뉴타운으로 지정됐던 곳으로 1구역, 2구역, 3구역으로 나뉘어 개발이 진행된다.

뉴타운 북측으로 청계천이 접하고 서측으로 중구 황학동 상업지구와 경계하며, 남동측 접점에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이, 남서측 인근에는 신당역이 소재해 있다. 사업지구 중앙에 동서로 마장로가 관통하고 있으며, 서측에 치우쳐 남북으로 소로(小路)가 지나고 있어 열십자(+) 모양의 도로체계가 사업지구를 4등분하고 있는 형국이다.

마장로 북측, 소로 동측에 접한 1구역은 2006년 12월에 조합설립인가, 2008년 9월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으며, 마장로 북측, 소로 서측에 자리한 2구역은 2006년 5월에 조합설립인가를, 2008년 8월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마장로 남측에 접한 3구역은 2007년 6월에 조합설립인가, 2009년 5월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이번에 행정소송을 통해 조합설립인가 무효 판결을 받은 곳은 1구역으로 3개구역 중 가장 먼저 분양이 이루어질 계획이었다.

올해 공급계획은?
1구역은 사업면적 100,666㎡에 1천7백2가구(임대 3백36가구 포함)가, 2구역은 68,812㎡에 1천1백36가구, 3구역은 136,310㎡에 2천1백1가구(임대 3백59가구 포함) 등 총 4천9백39가구가 들어서게 된다.

현대산업개발, GS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이 공동시공을 맡은 1구역에서는 3월 중에 전체 1천7백2가구 중 6백가구(83~179㎡)가, 2구역에서는 5월에 1천1백36가구 중 5백5가구(80~194㎡)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공동시공을 맡은 3구역에서도 상반기 중에 2천1백1가구 중 8백40가구(79~231㎡)가 공급될 예정이다. 전체 물량중 39%에 해당하는 1천9백45가구가 일반분양되는 것으로 도심내 공급 부족 해소에 일정부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왕십리뉴타운의 장ㆍ단점은?
먼저 1,2구역은 북측으로 청계천이 접해 있어 도심내 근린공원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고, 뉴타운 남측에 자리한 3구역은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 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6호선과의 환승역인 신당역과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지하철을 이용한 접근이 양호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반면 주변이 주거단지보다는 도심 특성상 상업시설 분포도가 많고, 북측의 청계천외에는 근접한 근린공원이나 자연공원시설이 없어 단지외적인 쾌적성이 다소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내부순환도로외 이렇다할 광역도로ㆍ교통망이 부족하고 도심에 위치한 특성상 교통량을 분산시킬 수 있는 해법이 난해한 지역이라 차량접근성이 다소 불편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사업지구내 초ㆍ중ㆍ고교가 없어 사업지구 남측 근거리에 소재한 무학초, 신당초, 성동고 등으로 통학하고 있어 다소 불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뉴타운사업이 완료되면 사업지구내 초ㆍ중ㆍ고교가 각 1개교씩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에 향후 학군 여건은 개선될 여지가 높다.

예상 분양가는?
왕십리뉴타운 1구역 동측에 인접한 청계벽산아파트 시세가 3.3㎡당 1천3백만원 정도 형성돼 있는 반면 2구역 인접한 롯데캐슬베네치아의 경우 3.3㎡당 1천7백만~1천8백만원 정도로 그 시세 편차가 심하다. 분양가를 어느 기준에 맞출지가 난해하지만 분양가가 책정된다면 분양시기, 아파트 브랜드, 입지 및 주변 시세로 보아 아마도 1천8백만원 내외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최근 분양가상한제 현실화 차원에서 부지매입비를 실매입가로 인정하는 경우 취득제세금외에 보유에 따른 3년분의 공과금(종부세, 재산세 등)도 가산하도록 입법예고된 상황이고, 2~3년후 입주하는 새아파트라는 특성상 단지에 따라서는 분양가가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양 후 프리미엄은 어느 정도?
2006년 6월 분양해 2008년 4월 입주한 황학동의 롯데캐슬베네치아의 경우 현재 시세 기준 프리미엄은 약 9천만원~1억3천만원 정도 형성돼 있다. 당시 분양가가 그리 낮지는 않았지만(3.3㎡당 1천3백만원~1천9백10만원), 모처럼 청계천변에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단지(1천8백70가구)가 공급된 데다 브랜드프리미엄, 분양 이후 부동산시장 호황 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왕십리 뉴타운에 들어서는 아파트가구수는 조합원분 포함해서 모두 5천가구 정도. 사업지 일대 주거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규모이다. 단지내 대규모 중앙 가로공원은 물론 북측의 청계천과 연계한 경관이 배치될 예정이다. 기존 진행되고 있는 뉴타운지구와 달리 난개발식 재개발이 선행되고 있는 곳이 없어 사업단지 전체의 통일적이고도 일관된 개발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단지내 초ㆍ중ㆍ고교가 각 1개씩 설치된다는 것은 덤.

분양가 여하, 청계천 조망권 확보 여부에 따라 프리미엄 형성 정도가 다르겠지만 분양가가 3.3㎡당 1천8백만원~2천만원에 이르더라도 도심내 공급되는 대규모 단지 특성상 입주시점에 2천2백만원~2천5백만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33평형 기준 1억3천만원~1억7천만원 정도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왕십리뉴타운에 대한 조합설립 무효 판결이 미치는 영향은?
왕십리뉴타운은 이번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앞서 같은 문제로 민사소송까지 가는 등 문제가 많았다. 민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로 사업이 다시 추진되는 듯 했으나 소송에서 패한 조합원 일부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번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이번 무효 판결로 원고들이 추가적으로 업무정지가처분을 신청해 받아들여지는 경우 당초 사업계획에 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다시 조합설립부터 재개발 추진을 위한 절차를 속전속결로 밟는다고 해도 최소한 2년 이상 사업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피고(조합측)가 항소할 가능성이 많아 상급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봐야 하고 2008년 9월 관리처분인가 이후 현재 90% 이상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조합설립 무효로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아마도 현실적인 대안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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