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이미 거래당사자끼리의 합의를 통해 거래대금 등과 같은 기본적인 거래조건이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사실상 거래계약서 작성만을 중개업자에게 맡기는 이른바 “대서(代書)행위”가 예상치 않은 범죄행위에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거래계약서 작성에 서툰 일반인에게 도움을 주는 차원에서 적은 비용으로 계약서 작성에만 중개업자가 관여하는 식인데, 거래계약이 중개업자의 주도로 이루어지지 못한 만큼 당사자들의 요구 그대로를 계약서에 기재하게 되고 관련 계약요소에 대한 중개업자의 확인도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바로 이점을 악용하여 사기가 행해지게 된다. 중개업자의 날인이 있는 거래계약서가 있으면 그 거래가 진실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반면에, 대서행위 과정에서의 중개업자 확인이 소홀한 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실무적으로는, 임대차보증금을 담보로 대출받는 사기 범행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대출을 업으로 하는 사채업자들마저도 피해입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범행전모를 밝히는 차원에서 수사가 진행되는데, 범인이 체포되더라도 실제 피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관련자들에 대한 민사재판으로 이어지곤 하는데, 그 과정에서 계약서를 대서하면서 날인한 중개업자나 중개업자의 보험회사(공제사업자)도 피소되면서, 피해발생에 대한 중개업자의 법적 책임이 도마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법원 실무는, 거래계약이 실제 체결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중개업자의 서명날인과 같은 행위에 대해 중개업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있다. 관련 판결은 다음과 같다.



★ 대법원 2010.5.13. 선고 2009다78863,78870 판결 【손해배상(기)】

1. 사안의 개요

(1)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는 ‘ ○○상사’라는 상호로 대부업을 하였고,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는 공인중개사로서 ‘ □□부동산’이라는 상호로 부동산중개업을 영위하였다.

(2) 원고는 2007. 9. 17. 소외 1로부터 2006. 4. 30.자 ‘단독주택 전세계약서’를 담보 목적으로 제공받고, 그에게 1,550만 원을 상환기일을 2007. 11. 17., 이율을 연 48%로 정하여 대여하였다. 위 전세계약서에는 임대인이 소외 2, 임차인이 소외 1, 전세목적물이 성남시 수성구 태평3동 (이하 지번 1 생략) 지상 주택 중 1층 방 2개, 주방, 욕실(31.01㎡), 전세보증금은 2,800만 원으로 각 기재되어 있으나, 그 중개인란은 공란으로 되어 있고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가 첨부되어 있지 아니하다.

소외 1은 소외 3으로부터 피고가 위와 같은 전세계약서를 작성하여 준다는 말을 듣고 임대인이 되는 소외 2의 도장을 새긴 후 이를 소외 3에게 교부하였다. 그 후 소외 3이 피고로부터 위와 같은 전세계약서를 교부받아 이를 소외 1에게 넘겼고, 소외 1이 위와 같이 이를 원고에게 담보 목적으로 제공한 것이다.

(3) 또한 원고는 2007. 9. 28. 소외 4로부터 2006. 4. 20.자 ‘단독주택 전세계약서’를 담보 목적으로 제공받고, 그에게 3,000만 원을 상환기일을 2007. 12. 28., 이율을 연 48%로 정하여 대여하였다. 위 전세계약서에는 임대인이 소외 5(전화번호 010- ***-****), 임차인이 소외 4, 전세목적물이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 (이하 지번 2 생략) 다세대 주택 1층 101호(13.83㎡), 전세보증금은 5,000만 원으로 기재되어 있다.

피고는 2007년 3월경 소외 3의 소개로 찾아온 소외 4가 임대인 소외 5와 사이에 맺어진 수기로 작성된 전세계약서와 소외 5의 도장을 제시하면서 은행대출을 위하여는 정식 계약서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여 전세계약서를 작성하여 준 바 있는데, 그 후 2007년 9월 초순에 소외 4가 임대인 소외 5의 승낙을 얻었다고 하면서 전세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여 달라고 부탁하자 위와 같이 전세계약서를 작성하여 주면서, 그 중개인란에 서명·날인하였고,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도 작성하여 준 것이다.

(4) 성남시 중원구청장은 피고가 거래금액 등 거래내용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서로 다른 2개 이상의 거래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3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08. 2. 13. 피고에 대하여 업무정지 6월의 행정처분을 하였다. 또한 원고는 피고가 소외 4와 공모하여 2007. 9. 10.경 위 2006. 4. 20.자 ‘단독주택 전세계약서’를 위조하고 이를 이용하여 원고를 기망하여 대출금을 편취하였다는 혐의로 피고를 형사고소하였다. 그러나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은 2008. 11. 24. 피고에 대하여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결정을 하였고, 원고는 그 결정에 항고를 하였다.

한편 소외 4는 위 전세계약서 등을 위조하고 이를 담보로 제공하여 원고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그 대출금을 편취하였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되었고,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09. 1. 9.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여 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2. 법원의 판단

(1) 원심법원의 판단
‘피고가 위법한 목적에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서도 소외 1 및 소외 4(이하 ‘차용인들’이라고 한다)에게 각기 허위의 전세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었고, 피고가 작성하여 준 이들 전세계약서를 진정한 것으로 믿은 원고가 이를 담보로 차용인들에게 대여를 하여 줌으로써 원고에게 그 대여금 합계 4,550만 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원고의 주장에 대해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3항을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차용인들과 공모하여 위 각 전세계약서를 위조하였다거나, 피고가 작성하여 준 이들 전세계약서가 차용인들에 의하여 사기 등 위법한 목적에 사용되리라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하지만, 이런 원심의 판단은 이를 수긍할 수 없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이하 ‘공인중개사법’이라고 한다) 제25조 제3항, 제4항 및 제26조는, 중개업자는 중개대상물에 관하여 중개가 완성된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거래계약서 및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이하 ‘거래계약서 등’이라고 한다)를 작성하여 거래당사자에게 교부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 동안 그 사본을 보존하여야 하며, 중개업자가 거래계약서 등에 서명 및 날인을 하여야 하고, 거래계약서를 작성하는 때에는 거래금액 등 거래내용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서로 다른 둘 이상의 거래계약서를 작성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법은 부동산중개업을 건전하게 지도·육성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함으로써 국민경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서( 제1조), 그 법에 의하면 공인중개사가 되려는 자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야 하고( 제4조 제1항), 중개업을 영위하려는 자는 중개사무소의 개설등록을 하여야 하고( 제9조 제1항), 공인중개사 또는 법인이 아니면 중개사무소의 개설등록을 신청할 수 없으며( 제9조 제2항), 중개업자는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 관련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제29조 제1항). 그러한 공인중개사법의 목적, 중개업자의 자격요건·기본윤리 등이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는 점, 위 법이 중개업자로 하여금 중개가 완성된 때에 거래계약서 등을 작성·교부하도록 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중개업자는 중개가 완성된 때에만 거래계약서 등을 작성·교부하여야 하고 중개를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함부로 거래계약서 등을 작성·교부하여서는 아니된다 할 것이다.

그리고 중개업자가 자신의 중개로 부동산거래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하였음에도 부동산거래에 관한 계약서를 작성하여 실제의 거래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교부하는 경우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거래계약서가 일정한 법적 규율 아래 작성되는 점 등에 비추어, 제3자가 위 계약서상의 권리의무관계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 이를 기초로 하여 일정한 거래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음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이 계약서를 작성·교부하는 중개업자가 이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바와 같은 전세계약서에 대하여 보면, 그러한 계약서는 계약서상의 부동산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전세금반환채권을 가진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금전대차거래 등에서 그 채권을 담보로 제공함에 있어서 그 채권의 존재 및 내용 등을 뒷받침하는 1차적인 서류로 제시·교부될 수 있음은 부동산중개업자로서 쉽사리 예견되는 바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소외 4에 대한 대출에서 담보서류로 제시된 단독주택전세계약서(갑 제7호증)에 관하여 보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그 내용과 같은 중개를 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전세계약서에 중개업자로서 서명날인하였다. 나아가 원고의 소외 1에 대한 대출에서 담보서류로 제시된 단독주택전세계약서(갑 제3호증)를 보더라도, 비록 피고가 그 서면에 중개업자로서 서명날인하지는 아니하였으나, 그 계약서가 형식면에서 볼 때 통상 중개업자가 사용하는 서식을 사용하였고, 내용적으로도 중개업자의 중개 없이 거래당사자만이 관여하였다면 쉽사리 담을 수 없는 조항이 열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중개수수료 및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 교부 등과 같이 중개업자를 통한 전세계약 체결이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조항( 제8조, 제9조)을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로서는 일반 제3자가 이 전세계약서에 대하여 중개업자를 통하여 그 내용과 같은 전세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이를 전제로 이 사건에서와 같이 이를 담보로 제공하여 금전을 차용하는 등의 거래관계에 들어갈 것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가 전세계약을 중개하지 아니하였으면서 위 각 전세계약서를 작성하여 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고가 이들 전세계약서가 사기 등 위법한 목적에 사용되리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조치에는 공인중개사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취지는 이유 있다.

★ 수원지방법원 2010. 8. 12.선고 2009가단61014 손해배상(기)

1.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소외 김**와 사이에 원고가 김**에게 일정 금원을 대여하고, 김**는 이에 대한 담보로 서울 중랑구 **동 323-** 소재 주택 1층(이하 ‘이 사건 주택’이라 한다)의 소유자인 구**과 김** 사이에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체결되었다고 하는 임대차계약서의 임차인 명의를 김**에서 원고로 변경해 주기로 약정하였다.

나. 피고는 자신의 조카인 최**의 의뢰에 따라 원고, 김**, 최** 및 구**으로 자처하는 자(이하 ‘이 사건 성명불상자’라 한다)가 입회한 가운데 2008. 10. 27. 피고가 운영하는 부동산 중개사 사무실에서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계약체결일 2007. 7. 8., 임대인 구**, 임차인 원고, 임대차보증금 3,800만 원(계약금 300만 원의 지급시기는 계약일, 잔금 3,400만 원의 지급시기는 2007. 7. 25.), 임대차기간 2007. 7. 25.부터 2009. 7. 25.까지로 된 임대차계약서(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고, 중개업자란에 자신이 운영하고 있던 ‘**부동산중계인사무소’의 사무소 명칭 및 소재지, 연락처, 자신의 성명을 기재하고, 자신의 인장을 날인하였으며, 원고에게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발행한 공제증서를 교부하여 주었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여 주고 김**로부터 수수료 3만 원을 받았다.

2. 법원의 판단

가. 부동산 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과의 법률관계는 민법상의 위임관계와 같으므로 민법 제681조에 의하여 중개업자는 중개의뢰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의뢰받은 중개 업무를 처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부동산중개업법 제16조에 의하여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행위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바, 부동산중개업법 제17조 제1항은 중개의뢰를 받은 중개업자는 당해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사항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확인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고, 위 권리관계 중에는 당해 중개대상물의 권리자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중개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와 신의·성실로써 매도 등 처분을 하려는 자가 진정한 권리자와 동일인인지의 여부를 부동산등기부와 주민등록증 등에 의하여 조사 확인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다36239 판결 참조).

나. 피고는 중개업자로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가 기존의 임대차관계에 관한 것으로 믿고 그 작성을 의뢰받은 것이라도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준하여 이 사건 성명불상자가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인 구**이 맞는지를 확인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인데,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피고는 위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성명불상자가 구**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이 사건 성명불상자는 구**이 아닌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와 같은 피고의 행위는 김**의 원고에 대한 편취행위 내지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재산상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 원고는 김**에게 2008. 10. 27. 500만 원, 2008. 10. 28. 835만 원을 각 대여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재산상 손해는 원고가 김**에게 실제로 지급한 대여금 1,335만 원이다(원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상 임대차보증금 3,800만 원이 손해액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에서 인정한 금원을 초과하는 나머지 금원에 대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한편, 원고도 이 사건 주택의 권리관계에 대하여 확인하고 신중하게 돈을 빌려주었어야 함에도 원고가, 김**가 이 사건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는지를 확인해 보았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점,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원고가 이 사건 주택을 임차하기 위하여가 아니라, 원고의 김**에 대한 대여금을 담보하기 위하여 체결된 점,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받은 수수료가 3만 원에 불과한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사정에 비추어 피고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



결국, ‘중개업자는, 중개가 완성된 때에만 거래계약서 등을 작성·교부하여야 하고 중개를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함부로 거래계약서 등을 작성·교부해서는 안된다’는 전제하에, 중개하지 않은 거래계약서에 서명날인해서는 안되는 것은 물론, 서명날인이 아니더라도 중개를 통해 거래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외관이 창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반한 중개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최근에 선고된 다음의 판결 역시, 대출사기 사건에 휘말려 거래계약서를 작성해 준 중개업자에 대한 손해배상 사건인데, 일단 판결전문을 소개한다.



★ 인천지방법원 2016. 5. 24.선고 2015가단234748 손해배상(기)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부동산권리보험 회사로 000캐피탈 주식회사와 000캐피탈의 전세자금대출과 관련한 손실을 전보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회사이고, 피고는 공인중개사이다.

나. 김00과 정00은 허위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이를 편취하기로 공모하였다. 김00은 정00의 지시에 따라 2012. 10. 23. 서울 영등포구 00동4가 7-1 00빌딩 2층에 있는 000캐피탈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위 회사와 대출금을 71,000,000원, 이자율 및 연체이자율을 연 24%, 대출기간을 24개월로 하는 전세자금대출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김00은 2012. 10. 24. 박00와 함께 피고가 운영하는 인천 00구 00동 450-9 00상가 102호 00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찾아가서 김00과 박00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취지로 말하고, 위 사무소에서 인천 00구 00동 632 00아파트 101동 501호(이하 ‘이 사건 주택’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자신을 임차인, 박00를 임대인, 임대차보증금을 95,000,000원, 계약금을 9,500,000원, 임대차기간을 2012. 10. 31.부터 2014. 10. 30.까지로 하는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고, 피고는 위 계약서의 중개인으로 서명날인하였다(이하 위 계약서를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라 한다).

라.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 작성 당시 피고는 실제 임대차보증금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지급되는지 여부, 계약금이 실제로 지급되었는지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해 보지 않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말만 믿고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었으며,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에는 잔금의 지급 방법이나 지급계좌에 관한 아무런 기재가 없다.

마. 김00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위 임대차계약서 및 이 사건 주택으로 전입신고 된 자신의 주민등록등본을 000캐피탈 주식회사에 제출하였고, 이에 속은 위 회사는 2012. 10. 31.경 70,965,000원을 임대인인 박00 명의의 은행계좌로 송금하였다.

바. 김00은 박00에게 잔금 중 일부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하며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계약금을 포기하면서 위 계약을 포기하였고, 박00는 2012. 10. 31.경 김00에게 71,000,000원을 반환하였다.

사. 원고는 000캐피탈 주식회사과 체결한 보험계약에 따라 위 회사에게 이 사건 임대차계약과 관련한 대출사고에 따른 보험금 78,930,461원을 지급하였고, 위 회사로부터 이 사건 임대차계약과 관련하여 차주에게 가지는 채권 또는 손해 내지 손실발생의 원인제공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양수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요지

가. 원고의 주장요지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중개인인 공인중개사이다. 그렇다면, 피고에게는 임차인이 진정으로 이 사건 주택을 사용수익 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한다거나, 이 사건 주택을 직접 방문해서 중개대상물을 확인한다거나, 임대차계약에 따른 보증금이 지급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등의 공인중개사로서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채 함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 작성을 중개하였다.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000캐피탈 주식회사의 대출금 상당액인 71,000,000원의 손해발생에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000캐피탈 주식회사의 채권을 양수한 원고에게 위 손해액 중 원고가 구하는 28,400,000원(청구취지와 청구원인 기재 금액이 다르나, 청구취지 금액으로 정리한다)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요지
피고는 공인중개사로서의 상당한 주의를 다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으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

3. 판단

가. 수인이 공동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에 있어서 행위자 상호간의 공모는 물론 공동의 인식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객관적으로 그 공동행위가 관련 공동되어 있으면 족하고 그 관련 공동성 있는 행위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함으로써 이의 배상책임을 지는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이며, 공동불법행위에 있어 방조라 함은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형법과 달리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법의 해석으로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 의무에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41749 판결 등 참조). 한편 공인중개사법에서 ‘중개라 함은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간의 매매ㆍ교환ㆍ임대차 그 밖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개업자는 중개대상물의 상태ㆍ입지 및 권리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사항을 확인하여 이를 당해 중개대상물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자에게 설명하여야 하고, 중개대상물에 관하여 중개가 완성된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거래계약서 및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작성한 다음 이에 서명․날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교부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 동안 그 사본을 보존하여야 한다’(제2조 제1호, 제25조 제1, 3, 4항, 제26조 제1항)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중개업자는 중개가 완성된 때에만 거래계약서 등을 작성․교부하여야 하고, 중개대상물을 확인하고 거래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중개업자가 자신의 중개로 부동산거래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하거나 자신의 중개대상물 확인 없이 부동산거래에 관한 계약서를 작성하여 교부하는 경우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거래계약서가 일정한 법적 규율 아래 작성되는 점 등에 비추어 제3자가 위 계약서상의 권리의무관계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 이를 기초로 하여 일정한 거래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고 볼 것이고, 특히 임대차계약서의 경우 이는 계약서상의 부동산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진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금전대차거래 등에서 그 채권을 담보로 제공함에 있어서 그 채권의 존재 및 내용 등을 뒷받침하는 1차적인 서류로 제시․교부될 수 있음은 부동산중개업자로서 쉽사리 예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다78863, 78870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이 사건 주택에 관한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하며 계약서를 써 달라고 하는 당사자들의 말만 듣고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는바, 그렇다면 피고에게는 실제로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임대차보증금의 지급방법은 무엇인지, 계약금이 실제로 지급되었는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마치 자신이 이 사건 주택을 알선하고, 중개대상물을 확인·설명한 것처럼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공인중개사인 피고로서는 제3자가 위 계약서를 보고 그 내용과 같은 임대차계약이 중개업자를 통하여 체결되었다고 인식하고 이를 전제로 보증금을 담보로 금전을 대출하는 등의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능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것이므로, 피고가 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행위와 이를 신뢰한 000캐피탈 주식회사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상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담보로 전세자금 대출을 실행하였다가 그 대출금 상당액을 편취당한 손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다만, 000캐피탈 주식회사가 전세자금 대출을 실행하면서 그 담보인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가 실제와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한 잘못이 이 사건 손해의 발생 내지 확대에 일정 부분 기여한 점,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주고 큰 대가를 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김00, 정00, 박00 등이 실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처럼 가장한 이상 피고로서는 이를 알아채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비롯하여 피고의 과실이 불법행위에 기여한 정도 등을 참작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전체 손해액 71,000,000원의 2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라. 따라서 피고는 000캐피탈 주식회사로부터 채권을 양수한 원고에게 14,2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발생일로서 000캐피탈 주식회사의 대출일인 2012. 10. 31.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2016. 5. 24.까지는 민법에 정해진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해진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중개업자에 대해 책임을 인정했지만, 판단에 다소 의문이 든다. 통상적으로는, 임대인 행세를 하는 가짜 임대인을 동원하거나 아니면 이런 가짜 임대인도 없이 임차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만이 나타나서 임대차계약서 작성을 부탁하는 과정에서 임대인 신분의 진위나 임대인 의사가 제대로 확인되지 못한 채 거래 계약서가 만들어진다. 중개업자가 관여한 것으로 표기된 거래계약서의 적지 않은 비중을 감안하면, 임대인 신분이나 의사를 제대로 확인못한 채 거래계약서를 작성해 준 중개업자에 대한 책임인정은 납득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는 달리 판단되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 사건 소송대리인이 아니어서 필자로서도 판결문만으로 정확한 사건의 진상 파악을 하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판결문에 의하면 임대차계약서 작성을 의뢰하기 위해 중개업자를 방문한 임대인 박00라는 사람이 건물주인 것은 틀림없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그 때문에 중개업자인 피고에 대해 ‘실제로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임대차보증금의 지급방법은 무엇인지, 계약금이 실제로 지급되었는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처럼 당사자간에 임대차 계약의 기본 요소가 정해진 다음에 중개업자를 찾게되는 경우에는, 임대차계약 당사자의 신분확인을 넘어서, 계약의 이행에 해당하는 문제, 즉 임대차보증금을 어떤 방법으로 지급할 것인지, 계약금이 제대로 지급되었는지 여부까지 중개업자에게 확인토록 부담지우는 것은, 거래를 알선,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중개업자의 기본역할을 도외시하는 판단이라고 본다. 거래계약서로 발생할 수 있는 대출사기 방지 등을 감안하더라도, 건물주인 임대인과의 임대차계약이 분명한 이상 그 이후의 거래이행과 관련된 대금지급방법이나 실제 지급여부에 대한 확인의무까지 중개업자에게 부담지우는 것은 우리의 부동산 거래현실과 중개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개업자인 피고의 항소로 2016. 8. 현재 항소심 계류 중이다).

하여간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1) 중개업자로서는, 중개업자를 통한 거래로 오인될 수 있는 외관(특히, 서명,날인)이 거래계약서에 표출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해야하고, (2) 거래 당사자들로서도 거래계약서만을 믿을 것이 아니라 계약의 진실성 확인을 위해 추가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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