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사무관이 자녀 담임 교사에 보낸 편지.
교육부 사무관이 자녀 담임 교사에 보낸 편지.
교육부 사무관이 초등학생 자녀의 교사들에게 과도한 요구를 일삼고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까지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대전 모 학교에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교육부 5급 사무관 S씨는 자녀가 재학 중인 세종시 B초등학교 담임 교사에 대한 불만을 거듭 제기하다 지난해 10월 이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세종교육청은 즉시 교사를 직위해제했다.

노조에 따르면 S씨는 직위해제시킨 교사에게 “나는 담임을 교체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 밤늦게 교사에게 전화해 “우리 아이를 어떻게 지도했느냐” “다른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느냐”고 묻는 일도 잦았다.

S씨의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 해당 학급은 1년 사이 교사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새로 부임한 담임 교사에게 S씨는 자신의 자녀에게 주의해야 할 점 아홉 가지를 나열한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달라” “또래와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달라” “하지마, 안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S씨는 이 편지에서 “강력 제지하는 말을 들으면 (아이가) 분노가 솟구쳐 오른다”며 “반장, 줄반장 등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되면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적었다. “쓰기와 수학 등 학습에 대해 강요하는 것은 자제해달라”는 등의 요구사항도 나열했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은 교사들이 아니라 S씨와 그 자녀가 문제라고 판단했다. 작년 말 열린 교권보호위원회에 학부모 5명은 “S씨의 자녀가 친구들에게 욕설을 하고 발로 차고 할퀴는 등의 폭력을 일삼았다”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 또 “선생님이 해당 학생과 다른 학생들의 갈등을 중재하고 교실을 안정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직위해제된 교사는 올해 5월 아동학대에 관해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학교에서 열린 교권보호위원회는 S씨의 행위를 ‘명백한 교권침해’로 판단하고 서면 사과와 재발 방지 서약서를 작성하라고 처분했으나 S씨는 이행하지 않았다. 해당 교사는 최근 우울 장애로 약물을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대전교육청에 (S씨에 대한) 직위해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