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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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2일 주 52시간 근로제 관리단위를 ‘1주’에서 최대 ‘1년’으로 늘리되 연장근로시간 총량을 최대 30%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노사의 연장근무 선택권을 확대하면서 장시간 연장근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안전판을 둔 것이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전문가 집단으로 정부는 권고안을 토대로 노동개혁에 나설 계획이다.

연구회는 이날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연구회는 우선 주 52시간제 관리단위를 현재 ‘1주’에서 ‘1개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근무가 집중되는 기간 초장시간 근로 부담을 덜기 위해 관리 기간에 비례해 연장근로시간의 총량 감축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주당 12시간까지 허용한 연장근로를 분기 단위로 관리하면 분기당 허용하는 총 연장근로시간은 원래 156시간(1주 12시간×13주)이지만 이를 10%가량 줄인 140시간까지만 허용한다. 반기 단위로는 총 312시간의 연장근로시간 대신 250시간(20% 수준 축소), 1년 단위로는 총 624시간의 연장근로시간 대신 440시간(30% 수준 축소)만 허용한다.

이러면 게임 개발자처럼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몰아서 일하는 근로자가 주 52시간제를 위반하지 않고 연장근무한 뒤 일이 없을 때 몰아서 휴가를 쓸 수 있다. 연구회는 “(주 52시간제를 1주 단위로 관리하는 현 제도로는) 근로자의 학업·육아, 갑작스러운 일감 변동 등 다양한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주 52시간제 관리단위를 1개월 이상으로 할 때는 근로일과 근로일 사이에 최소 11시간 휴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 경우 아무리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9시간으로 제한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모든 업종 3개월로 확대
경제계 "11시간 연속휴식 권고는 자율적 선택권 확대 취지 어긋나"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전제로 근로자가 근로일 및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 근로기준법은 연구개발 직종만 3개월 단위 선택적 근로를 허용하고 나머지 업종은 1개월로 제한하는데, 모든 업종에서 이를 3개월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연구회는 특정 직종·직군에 유연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해당 부문 근로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는 ‘사업장 근로자 대표’가 동의해줘야 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연장·야간·휴일근로 뒤 이를 모아뒀다가 수당 대신 나중에 몰아서 휴가를 쓸 수 있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권고했다. 연구회 관계자는 “저축계좌제가 도입되면 최대 한 달까지 휴가를 쓰는 안식월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연구회는 고소득 전문직 근로자는 근로시간 규정 적용의 예외를 허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동시장의 과도한 임금 격차 해소,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유도를 위해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 대신 직무급제 개편도 주문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철회의 여세를 몰아 노동개혁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경제단체들은 연구회 권고안에 대해 “방향성은 공감한다”면서도 일부 방안엔 문제를 제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 도입 권고로 근로시간의 자율적 선택권 부여라는 개혁 취지가 반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권고안은 노동자의 자율적 선택권보다는 사용자 재량권을 확대해 ‘유연 장시간노동체제’로 귀결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곽용희/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