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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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달 29일 밤 벌어진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피기 위해 감사에 나서자 일선 경찰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찰지도부가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일 브리핑을 열고 “사고 발생 직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다”며 “신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했는지, 전반적인 현장 대응이 적절했는지 빠짐없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읍참마속’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도 높은 감찰을 예고했다. 이튿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튿날 오후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을 압수 수색했다.

경찰 일선의 부실 대응이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일선 경찰관 사이에선 “꼬리 자르기에 나서는 것이냐”는 불만이 터지고 있다. 지난 1일엔 자신을 이태원파출소 직원이라 밝힌 A씨가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며 “청장님의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이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찍혔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건 발생 당일 112상황실장과 운영팀장 모두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근무했고 파출소 직원들 역시 다른 신고를 출동하는 중에도 시민들에게 해산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A씨는 같은 글에서 “인근 상인 가운데 일부는 ‘별거 아닌 일에 유난 떨지 말라’며 영업을 중단해달라는 협조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사고 발생 당일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B씨는 “집회처럼 충돌이 우려되는 우범 상황이 아니었고, 시민 불특정 다수가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었다”며 “심지어 주최 측도 없는데 경찰이 ‘알아서 막았어야지’라는 주장은 얼토당토않다”고 항변했다.

이 같은 우려 속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장은 2일 윤 청장을 방문해 ‘일선 경찰관들을 표적 감찰해선 안 된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윤 청장은 현장 경찰을 조사하는 자리에 동석하겠다는 직협 측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