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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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임신 중이라 태어날 아이 출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남편이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슬픔을 채 다스리기도 전에 시부모님이 남편의 상속재산을 가지고 상속권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자녀에게 아이가 생기면 부모는 상속권이 상실된다고 주장하니 상대방 측에선 태아에겐 상속권이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인 경우 정말로 상속권을 주장할 수 없나요?”

태아의 상속권 인정 여부를 두고 상속인 간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미 세상에 태어난 아이라면 상속권 여부를 판단하는데 어렵지 않지만, 아직 태아인 경우라면 상속권을 인정해야 하는지 당사자 간에도 첨예한 대립이 벌어진다.

엄정숙 변호사는 이에 대해 "해외에서는 사물이나 반려동물 등에 상속권을 부여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며 "반면 한국에서는 상속권을 인정하는 범위가 사람에게만 국한되어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에게 상속권을 인정해야 하는지 혼란을 빚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법률상 태아에게도 상속권이 인정되어 유류분반환청구소송까지 제기할 권리가 있다"고 부연했다.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총 2억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 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 절반인 5000만 원씩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유류분반환청구소송 기간은 짧으면 2개월 길게는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법 제1000조 제3항에는 태아에 관한 규정을 언급하고 있다. ‘태아는 상속순위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고 한 것이다.

즉 생물학적으로는 태아는 아직 세상에 태어난 존재는 아니지만, 법률상 이미 태어난 존재로 판단한다는 것. 따라서 아직 태아인 상태라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엄마와 태아가 공동상속인이 된다.

엄 변호사는 “만약 돌아가신 아버지 쪽 부모, 즉 태아 입장에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아직 손자(혹은 손녀)가 태어나지 않았기에 자신에게도 상속권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법률상 이미 상속권이 사라졌기 때문에 유류분반환청구소송조차 제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사실혼(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결혼) 관계에서 아이가 생겼는데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했다면 상속권은 누구에게 발생할까?

법률상 상속권은 법률혼 관계에서만 인정된다. 다시 말해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에게만 인정된다는 말. 다만 아이가 생겼다면 아이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엄 변호사는 "사실혼 부부에게 아이가 생긴 경우에는 사실혼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에게는 상속권이 생긴다"며 "이 경우 아이는 법률상 1순위 상속인이 되기 때문에 아이는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의 아버지 즉 할아버지보다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셨기 때문에 추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아버지에게 발생 될 상속권을 대신 물려받는 대습상속권까지 아이에게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태아에게도 법률상 상속권이 인정되는 것은 사실이나 현실에서는 법률효력을 확정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쉽지 않다.

엄 변호사는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권한은 가지지만 실제로 아이가 출생해야 확정적 법률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아직 태아인 상태에서 상속 문제가 발생하면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상속 절차가 보류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도움말=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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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