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중 녹음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한국과 달리 유럽 주요국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엄격한 통화녹음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의 국가는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녹음을 하는 것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조항을 두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 녹음파일 갖고만 있어도 형사처벌
유럽에서도 사생활 보호 분위기가 가장 강한 축에 속하는 프랑스는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물론이고, 녹음 파일을 소지하고만 있어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공익 차원에서는 녹음을 허용하고, 보도에 활용할 수 있는 등의 예외를 두고 있다.

독일은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녹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상대방이 동의하더라도 “계약과 관련된 상황이니 녹음하겠다”는 식으로 녹음 이유를 사전에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주(州)마다 규정이 다른 나라도 있다. 호주와 미국이 그렇다. 호주의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등 2개 주와 미국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매사추세츠 등 12개 주에서는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녹음이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이외의 주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상대방 허락 없이 녹음할 수 있다. 영국 일본 덴마크 핀란드 등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할 수 있지만 녹음된 내용을 제3자와 공유해서는 안 된다.

“캐나다와 아일랜드에서는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야 통화녹음을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캐나다와 아일랜드 법에서는 ‘대화 참가자 1인 이상의 동의를 얻어 녹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화 참가자가 직접 녹음하는 것은 합법이라는 얘기다. 다만 캐나다는 ‘기업이 고객 등을 대상으로 통화를 녹음하는 경우 녹음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나라별로 각기 다른 규정으로 인해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의 녹음 기능 장착 여부는 제각각이다. 애플 아이폰은 국내·수출용 관계없이 모든 제품에 통화녹음 기능이 없다.

삼성전자는 현지 법에 따라 통화녹음 기능을 차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샤오미 일부 제품과 구글 픽셀폰 등은 녹음 시 상대방에게 통화녹음 여부를 알리는 메시지가 나온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