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잔여백신 예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의료진의 지인들이 남는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지인 찬스’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위탁의료기관에서 하루 2회까지만 잔여백신을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병원 등 민간 위탁의료기관은 질병관리청 시스템에 하루 최대 2회(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기준)까지 잔여백신을 등록할 수 있다. 시스템에 백신이 얼마나 남았는지 올려놓으면 카카오나 네이버 등 SNS와 연계돼 일반 국민이 당일 예약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잔여백신을 당일 예약한 뒤 개인 사정 등으로 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이 백신을 예약했다가 ‘너무 멀다’는 이유로 나타나지 않는 일도 있다. 이렇게 되면 남은 백신을 다시 SNS에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하루 최대 2회’로 등록 횟수가 제한돼 이를 초과하면 남는 백신은 불가피하게 폐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위탁의료기관 관계자는 “멀쩡한 백신을 폐기하는 것보다 차라리 지인들에게 접종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직원 가족에게 접종 의사를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의료진이 남는 백신을 지인에게 먼저 접종해도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위탁의료기관이) 미리 접종자를 특정한 상황에서 접종을 진행한다면 SNS 당일 예약으로 통합 운영하기로 한 지침을 따르지 않는 것”이라면서도 “만약 SNS 당일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아 폐기하게 되는 백신은 누구라도 급히 접종하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폐기량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형평성 원칙을 지키려면 하루 등록 횟수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종합병원 의사는 “정부에서 ‘어떻게든지 잔여량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해놓고 SNS에 잔여백신을 등록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