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작가가 펼쳐내는 '검정'의 의미… 전시회 '블랙 메이'
검정색은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 죽음에 대한 애도와 슬픔, 쇠퇴나 활력의 부재, 좌절, 두려움, 공포 등을 상징하는 색이면서도 동시에 위엄과 품위, 존엄, 사치, 우아함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

서울 팔판동의 한옥 ‘호호재(蝴蝴齋)’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블랙 메이(Black May)’는 검정을 대하는 다양한 감성을 다룬다. 다양한 장르의 작가 14명이 가옥을 '검은 전시관'으로 탈바꿈시킨다.

김명범 작가는 사물의 독특한 조합으로 색다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이성미 작가는 반복적 그을음을 통해 기억의 풍경을 수행한다. 전아현 작가는 독특한 소재로 자연을 재현한다. 유남권 작가는 전통 옻칠 기법을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21세기 버전의 미인도를 그려내는 최혜숙 작가와 마루를 직조하는 구상우, 와이어메시와 로프 의자로 독특한 디테일을 만드는 김기드온 작가도 전시에 참여한다.

이유진 작가는 신체를 캐스팅해 여성적 감수성을 독특한 미학으로 풀어낸다. 한정현 작가와 김자영 작가는 각각 버려지는 사물을 재활용하고, 기억의 퇴적을 흙으로 조형한다. 이정교 작가는 정체불명의 오브제와 인공지능(AI)의 알고리즘을 암각화로 풀어낸 회화를 선보인다.

이종원 작가는 고인돌에 영감을 받아 현대적 폐기물로 가구를 만든다. 기와를 다양한 형태로 해석하고 건축과 가구를 함께 디자인하는 최준우 작가와 숯을 공간에 매달아 장소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박선기 작가도 있다.

전시는 이달 11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