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대선 규탄 서울 집회서 반대편 국기 훼손…벌금형
한국에 사는 벨라루스인이 자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규탄하는 집회 현장에서 반대 의견을 표현하던 사람의 국기를 뺏아 훼손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이승원 부장판사는 벨라루스 국적 A(62)씨의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15일 오후 2시 39분께 서울 용산구 제일기획 앞 거리에서열린 벨라루스 대선 결과 규탄 집회 도중 우크라이나인 B씨가 집회의 취지와 반대되는 옛 벨라루스 국기를 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빼앗아 구긴 후 쓰레기통에 버린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피해자 B씨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사진을 붙인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 벨라루스 국기를 펼치고 있었다.

한국에 사는 벨라루스인들은 지난해 8월 9일 벨라루스 대선이 치러진 뒤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에 항의하는 시위가 자국에서 잇따르자 서울에서 집회를 열었다.

1994년부터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작년 대선에서 공식 개표 결과 80% 이상 득표율로 압승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시위를 방해하고 다른 집회 참여자들에게 큰 불쾌감을 줬다며 방해 행위를 막기 위해 국기를 빼앗은 것이므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행위로 인해 일시적이더라도 B씨의 국기가 이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됐기 때문에 재물손괴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집회를 적극적으로 방해하거나 참가자들을 조롱하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집회 목적과 반대되는 정치적 견해를 밝히려는 의도로 국기를 펼쳤더라도 피고인이 그 국기를 빼앗아 훼손하는 것은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