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자산가' 민희진에 열광…30대들 "개저씨 공감한다"
"이 업을 하잖아?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어, XXXX들이 너무 많아서", "계모와 언니들이 나를 핍박하고 있는데 하지만 결론은 항상 콩쥐가 이겨", "내가 너네처럼 기사를 두고 차를 끄냐, 술을 X마시냐, 골프를 치냐! 제 법인카드 보면 야근 식대밖에 없어요. 배민(배달의 민족)."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박지원 대표 등을 '개저씨(개+아저씨)로 싸잡아 직격하는 발언을 쏟아낸 후 적어도 30대 직장인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와 민 대표 간 내분은 법정 공방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지만 이와 별개로 '개저씨들' 사이에서 여자로 사회생활 하기 힘들다는 민 대표의 읍소는 여성 직장인들의 감정선을 자극하며 동정여론을 끌어냈다.

민 대표는 "나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개 같이 일했다", "배신당한 건 나다"라는 취지의 말을 반복하면서 회사에서 모략을 짜서 열심히 일만 한 자신을 내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방시혁 의장에 대한 호칭은 '시혁님'에서 시작해 비난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며 '개저씨'를 통해 급기야 '등신들'로 종결됐다.
'1000억 자산가' 민희진에 열광…30대들 "개저씨 공감한다"
본격적으로 '맞다이'를 선언한 기자회견 직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술 마시고 골프 치는 임원들을 보고 눈살 찌푸려질 때가 있었는데 내 심정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통쾌하다", "직장에 널려 있는 개저씨들 상대로 한 사이다 발언에 공감한다", "속이 다 시원하다", "거대 자본을 가진 대표 상대로 욕설을 뱉으며 울분을 토하다니 대단하다", "저런 여성을 데리고 일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긴 하다" 등 직장인들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한 30대 직장인 A 씨는 "직장 상사한테 하고 싶은 말 다 못하고 참는 게 월급쟁이들 공통점이지 않나. 잘잘못을 떠나 여성 직장인이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상사에 참고 참다가 들이받는 모습 같아서 기분이 통쾌했다"면서 "민희진이 쓰고 있는 저 모자 사서 쓰면 내게도 확 들이받을 용기가 생길까 싶어서 기자회견이 끝나기도 전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A씨와 동병상련인 이들이 많았던 탓일까. 기자회견 후 민 대표가 사용한 모바일메신저 이모티콘은 인기를 끌며 역주행했고 기자회견 당시 착용한 모자와 티셔츠는 품절 대란을 빚었다.
'1000억 자산가' 민희진에 열광…30대들 "개저씨 공감한다"
민 대표는 자신을 향해 주술경영 의혹을 제기한 하이브 측에 맞불이라도 놓듯 기자회견 당시 방 의장과 자신이 주고받은 내밀한 대화를 폭로했다.

특히 충격을 준 부분은 SM의 걸그룹 에스파를 겨냥해 "밟아줄 수 있죠?"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걸그룹 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달라는 말로도 볼 수 있지만 평소 점잖은 스타일로 알려진 방 의장의 표현에 대중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두 사람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몰래 들여다본 격이 되는 대중들의 관심을 두사람의 성격이 담긴 것과도 같은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관심을 돌렸다.

민 대표가 사용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은 회색 고양이'는 전체 인기 순위 1위(2일 현재)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30대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끄는 중이다.

반면 방 의장이 사용한 이모티콘 '싹싹한 사회초년생티콘'은 순위권 밖에 머물러 있다.

두 사람이 사용한 이모티콘에도 각자의 회사 내 입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민 대표가 쓴 '작은 회색 고양이' 이모티콘에는 '요놈 봐라', '괜히 읽었네', '궁시렁 궁시렁', '그마아안!!' 등의 분노에 찬 멘트가 주를 이룬다. 반면 방 의장의 '싹싹한 사회초년생티콘' 이모티콘에는 '잘부탁드립니다', '잠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등 예의 갖춘 직장인이 할 법한 말들만 담겨 있다.

민 대표의 패션 아이템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완판됐다. 그는 LA다저스 로고가 새겨진 '47브랜드'의 파란 모자와 '캘리포니아 제너럴 스토어'의 초록색 줄무늬 티셔츠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캡 모자에 편안한 옷 입고 나온다고 우리 직장인과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 대표가 일개 월급쟁이가 아닌 연봉 5억, 인센티브 20억, 풋옵션 최소 1000억의 0.1% 자산가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
'1000억 자산가' 민희진에 열광…30대들 "개저씨 공감한다"
기자회견 당시 '노예계약'을 강조했던 민 대표 측은 자신이 풋옵션 행사 시 '30배 배수'를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해 "차후 보이그룹 제작 가치를 반영한 내용"이라며 "여러 가지 불합리한 요소를 가지고 있던 주주 간 계약을 변경하는 과정에서의 제안 중 하나일 뿐, 협상 우선순위에 있는 항목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민 대표 측 주장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해 3월 어도어 지분 추가 10%를 스톡옵션으로 약속했는데, 법률 자문 결과 상법상 주요 주주인 민 대표에게는 부여가 불가능했다. 민 대표는 이 때문에 하이브가 자신을 속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는 8년 동안 의무 재직하고 퇴직 후 1년간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며, 풋옵션은 그 기간에 맞춰 단계별로 나눠 행사할 것을 제안했다"며 "협상이 진행되던 중 아일릿 관련 논란이 벌어졌고 현재에 이르렀다. 하이브의 제안에 대해 민 대표는 관련 입장을 전달한 바 없어 거절 의사를 밝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민 대표 측은 올해 어도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 단독으로 '뉴진스의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하는 권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 대표 측 법무법인은 올해 2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주주 간 계약서 수정안을 하이브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연말 양측이 '풋백옵션 배수 30배'와 '추가된 지분 5%에 대한 풋백옵션 적용' 등으로 줄다리기를 벌인 이후 나온 것이다. 하이브는 이 제안에 거절하는 회신을 보낸 상태다.

앞서 하이브는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공방 속 하이브 매출은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4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2.6%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이날 공시했다.

방탄소년단 등 주요 가수들이 공백기로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1000억 자산가' 민희진에 열광…30대들 "개저씨 공감한다"
공시에 앞서 박지원 대표는 "(민희진 대표와의 갈등을) 잘 마무리 짓고 멀티 레이블 시스템의 고도화를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할지 지속해서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구축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를 극복하며 성장해 안정적 매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며 "앞으로도 주주분들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하이브 주가는 전일비 3000원 내려 20만원에 턱걸이했다.

하이브는 올 2분기부터 아티스트들이 대거 활동을 재개하고 월드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실적이 모두 개선되리라고 전망했다. 지난 4월 세븐틴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보이넥스트도어가 컴백했으며 엔하이픈, 뉴진스도 컴백을 앞두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