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8개월…마침내 외교관 후보자선발시험 마침표 찍다!
2015년 3월 외교관이 되겠다고 공부를 결심했다. 2020년 11월 30일 외교관 후보자가 되었다. 5년 8개월이 지났고, 난 33살이 되었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나를 대신하여 울고 웃어주었다.

2015년 시험을 시작하다
나는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했다. 대학생활은 좋았지만, 첫 사회생활은 좋지 않았다. 다시 대학원에 진학했다. 국제대학원을 입학하며 진로를 수정했다. 외교관이 되기로 결심했다. 외교관이 되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가졌기 때문에 지난 28년 동안 내 삶은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 대해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학원에서 전공과목 수업이 끝나면 외교관선발시험에 필요한 자격요건을 준비해야 했다. 국제정치, 국제법, 경제학과 외국어, 한국사, 토익 등 뭐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열정하나로 봄, 여름, 가을을 보내고 필요조건이 갖추어졌다.

2015년 겨울 5급 PSAT을 시작했다. PSAT을 처음 풀어보았을 때, 주어진 시간 내에 절반을 풀었다. 높은 벽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두려웠고, 불안했다. 나는 시험 3달 전부터 매일 한 세트씩 PSAT을 풀고 오답을 확인하고 복습했다. 감당하기 너무 힘들었지만, 불안함이 더 컸기에 가능했다. 수없이 반복하면서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지혜가 저절로 생겼다. PSAT는 주어진 시간에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내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유형과 어려운 유형을 구분해서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여러 문제를 풀어보며 문제에 익숙해지는 유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을 파악하는 것이 주요했다.
5년 8개월…마침내 외교관 후보자선발시험 마침표 찍다!
1차,2차,3차 탈락 탈락...그 이유를 알았다
2016년 첫 번째 탈락: 평균 2점 부족
2016년 나는 1차 시험을 합격하고 2차 시험에서 평균 2점 차이로 탈락했다. 1차 시험을 합격한 후, 2차 시험까지 남음 2달 반 동안 학원을 통해 2차를 대비했다. 당시 2차 시험은 5월 말 국립외교원에서 이틀간 진행됐다. 지금과 달리 각 시험은 90분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실력이 충분치 않았다. 합격하기에는 평균 2점이 부족했다. 나는 나름 만족하고 자신감을 얻었다.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1년을 공부하고 받은 점수치고는 잘했다고 자평했다. 상황파악이 잘 못해서 생긴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자연수 1과 2 사이에 무한한 수만큼이나 평균 2점 사이에 수많은 수험생이 있음을 간과했다. 나아가 최종합격을 위해서는 합격선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어야 함 또한 알지 못한 채 다시 허겁지겁 공부를 시작했다.

▶2017년 두 번째 탈락: 1차 탈락
2017년 나는 1차 시험에서 한 문제 차이로 탈락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탈락 이유는 자만이다. 작년에 1차도 어렵게 통과한 것을 잊고 1차를 소홀히 공부한 것이 문제였다. 나는 재수를 하면서 1차보다는 2차에 더욱 집중했다. 내게 부족한 것은 ‘2점’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PSAT 1차를 준비하면서도 2순환 강의에 더 집중하며 1차와 2차를 병행했다.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두 마리 토끼를 쫓았던 것이다.
한 동안 탈락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29살이라는 나이가 가장 부담스러웠고, 두려움과 불안은 다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서울 둘레길을 걷고 오라고 제안하셨다. 일주일동안 185km의 서울 둘레 길을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걸었다. 잠시 걸으면 오만 가지 생각이 들지만 오래 걸으면 그 생각이 다 사라진다. 서울 둘레 길을 다 걷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2018년 세 번째 탈락: 통합논술 과락
2018년 나는 1차 시험은 합격하고 2차 시험에서 합격선은 넘었으나 통합논술 과락으로 탈락했다. 2차 시험을 보고 난 후, 결과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하여 2차 시험 결과를 발표하는 날 친구들과 불러서 결과를 함께 확인했다. 과락으로 탈락했다. 친구들 사이에 긴 침묵이 이어졌다. 애써 태연한척하며 친구들과 헤어졌다. 억울했다. 결과가 정말 믿기지 않았다. 점수를 확인하고 재차 확인했다. 다음날 다시 서울 한양 도성 길을 걸었다. 하루 종일 걸으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탈락 소식을 전했다. 걷기를 마치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된다. 될 때까지 할 꺼니까. 분명히 된다고 생각했다.

▶2019년 네 번째 탈락: 3차 면탈
2019년 나는 1차, 2차 시험을 합격했으나, 3차에서 탈락하며 면접탈락자가 되었다. 2차 시험으로 합격을 받은 날 나는 마치 최종합격한 사람처럼 기뻐했다. 가족, 친구, 모두가 축하해주며 앞으로의 기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던 것이다. 2차 합격자 중 일부는 3차 면접에서 탈락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나 일 줄을 정말 몰랐다. 엎질러진 물은 닦으면 되지만 샴페인은 생각보다 끈적끈적하다. 나는 심경이 복잡했다.
탈락과 실패는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두려움과 불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잠시 거리를 두고 있는 것뿐이다. 다시 오만가지 생각이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는 걷지 않았다. 정말 긴장의 끈을 풀고 쉬었다. 충분히 쉬고, 겨울에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2020년 마침내 최종합격
2020년 나는 최종합격을 하며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의 종지부를 찍었다. 코로나 19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시험일정이 연기되고 면접방식도 변경되었다. 28살에 시작해서 33살이 되었다. 부모님의 넉넉한 사랑 아래서 무난하게 살아 온 나는 고통을 극복하는 데 스스로 취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 넉넉한 사랑은 고통 중에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가장 큰 힘이었다. 지난 5년은 정말 너무 힘들었지만, 사랑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나를 끝까지 믿어준 아내, 양가 부모님, 할머니, 동생들, 일가친척들과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이끌어주신 목사님과 함께 있어 준 친구들과 같이 공부한 스터디원 모두에게 감사하다.

이제 외교관후보자에서 외교관으로
나는 외교관후보자가 되기 위한 시험에서 탈락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경험했다. 1차 탈락, 2차 탈락, 과락 탈락, 면접 탈락, 그리고 최종 합격을 했다. 내가 외교관이 얼마나 되고 싶어 하는 지는 이미 증명됐다. 탈락이 가져다 준 선물들을 가지고 이제 외교관후보자에서 외교관이 되고자 한다.
각종 탈락이 가져다 준 선물들은 생각보다 풍성하다. 그 동안 꾸준함을 잃지 않는 습관을 배웠다. 매사 준비하고, 정리하고, 확인하고, 조정하고, 채우는 법을 배웠다. 자신을 돌아보는 법을 배웠다. 무엇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이 배움의 과정이 외교관으로서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에필로그: 연이은 탈락은 내게 선물이었다!
원수는 가까이에 있다. 주변인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실패할 때마다 나를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 스터디원 등 많은 이들이 나를 위로한다. 그러한 말 중에는 중심을 흔드는 말도 섞여 있다. 그런 말들에는 흔들리면 도전을 멈추게 된다. 기회보다는 비전이 분명해야 한다. 비전이 분명하다면 포기하지 못해서 기회를 놓칠까봐 두려워하는 불안감을 극복할 수 있다. 부탁하고 싶은 것은 탈락한 자신을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 않았으면 한다. 최선을 다하고도 떨어진 자는 위로가 필요한 것이지, 책망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자는 칭찬해 주고,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위로해 주고,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결과가 나쁠 때는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비전을 따라 가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
5년 8개월…마침내 외교관 후보자선발시험 마침표 찍다!
<이렇게 준비했다>

공부법의 경우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미 많은 합격수기에서 좋은 공부법이 소개되었으므로 간략히 정리해보겠다.

자격요건 준비
한국사와 토익의 경우 해당 시험일을 앞두고 2차 공부를 잠시 접어두고 집중해서 점수를 취득했다. 외국어의 경우 기본 베이스가 부족하여 1년 정도 1, 2차 공부와 병행하며 점진적으로 점수를 확보했다.

1차시험
기출문제를 전체적으로 보면 출제되는 유형을 파악하는게 우선 필요하다. 그러한 유형 중 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형과 어려워하는 유형을 구분했다. 그 후 실제 시험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형은 우선 풀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풀지 않고 넘어갔다. 한번 쭉 문제를 다 풀고 난 후 어렵다고 느낀 문제를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여 천천히 풀었다.
1차 시험의 경우 당일 컨디션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나는 2주전부터 동일한 시간에 자고 깨는 연습을 했다. 실제 시험과 동일한 시간에 시험을 시작하고 끝마치는 연습도 매일 했다.

경제학
주어진 시간 안에 답을 적어야 하므로 암기가 필수다. 여기서 암기는 정확한 문구의 암기보다는 특정 문제에 있어 접근하는 요령의 암기이다. 우선 학원 강의를 통해 기본적 경제원리를 익히고 암기훈련을 위해 기출문제와 모의고사, 연습책 등 다양하게 반복적으로 풀어야 한다. 5번 이상 반복해서 문제를 읽으면 목차 및 키워드가 대략적으로 머리에 그려지고, 어떤 그래프, 어떤 축을 사용할지가 떠오를 수 있도록 반복했다.
경제학의 경우 답안을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가 아닐 수 있다. 분명 문제에서 요구하는 원리가 있다면 그것을 사용해야한다. 그러나 그런 요구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 보다 직관적이고 간단한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방법을 연습했다. 또한 다른 과목과 달리 경제학은 연습답안 작성 시 완전한 형식보다 주요수식, 그래프, 함의를 간략히 작성하며 보다 많은 문제를 풀어보고자 했다.

국제법
수험기간 중 스터디를 꾸려서 김대순 국제법 목차를 따라 책을 통으로 정리했다. 스터디원 4명이 모여 조문 부분을 배분하고 그 부분에 맞는 조문과 그에 해당하는 내용을 책을 찾아 정리하고 나중에 발표하는 식으로 3개월 동안 정리파일을 만들었다. 그때 작성한 조문 및 국제법론 정리집이 나중에 공부할 때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됐다.
국제법 문제의 경우 문제가 요구하는 쟁점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터디를 하다보면 동일한 문제를 두고 다른 쟁점으로 풀어간 답안이 있다. 스터디에서 쟁점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문제가 요구하는 법적 쟁점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쟁점이 파악된 이후에는 본인이 생각한 근거에 따라 결론을 제시하는 것이 요구된다. 결론은 정해진 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나 설문의 방향성, 기본서 들의 입장을 반영하여 결론을 풀어가고자 노력했다.

국제정치
나에게 있어 가장 어렵고 복잡한 과목이었다. 개인적으로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국제정치 지식을 논리적인 글로 표현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그래서 나는 기본서로 불리는 책들 위주로 총 정리를 했다. 패러다임을 나누고 그 패러다임 안에 속하는 이론을 또 나누어서 국제정치를 세분화하며 공부했다. 여러 기본서 내용을 내 언어로 정리했다. 추가적으로 논문의 경우 읽고 한 페이지 요약을 해서 해당하는 이론 또는 패러다임에 추가하는 식으로 자료를 정리했다.
국제정치 과목에는 외교사도 포함되어 있다. 공부정도를 10으로 본다면 2 정도는 외교사에 투입했다. 외교사의 경우 서양/ 동양/ 미국으로 나누어서 연표정리를 했다. 이렇게 할 경우 국가들의 행동을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통합논술
공부하고 문제를 풀어보면서 배경지식보다는 기본적인 수험지식에 주어진 제시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배경지식이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기본수험 지식과 제시문 응용이 우선되어야 배경지식이 빛을 발할 수 있다. 통합논술 문제 역시 분명히 의도되고 요구된 답변이 있다. 따라서 그 답변을 수험적 지식과 제시문 속 키워드를 잘 활용해서 전달하는 것이 기본 점수를 쌓을 수 있는 방법이다.

전반적 공부방법
그룹스터디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스터디를 통해 답안지 연습을 할 경우 나에 대한 객관적 평가, 시험과 유사한 분위기에서 답안 작성, 스터디원의 좋은 답안 참고 가능 등 여러 장점을 얻을 수 있다. 고수들의 답안을 보며 목차구성이나 문단구성 방법을 배웠다. 또한 평가를 의식하며 답안 작성하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집에서 고시촌으로 1시간 30분 걸리는 거리를 통학하며 공부했다.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공간과 완전히 쉬는 공간이 분리되어야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침 9시 스터디를 구성하여 그 시간에 맞추어 통학을 시작했다. 저녁 열시 반에 끝나는 스터디를 하나 더 구성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일부러 맞추었다. 통학하는 동안 아침에는 그날 공부할 부분을 빠르게 스캔했다. 밤에 돌아오는 길에는 그날 내가 작성한 답안을 읽었다. 내가 쓴 답안을 작성한 직후가 아닌 시간이 지난 다음 읽어보면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답안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공부가 되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