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생활관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생활관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개강을 앞두고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기숙사 입소를 꺼려 대학가에 비상이 걸렸다. 대학과 교육당국은 당초 중국인 유학생을 입국 후 14일간 기숙사에 분리 수용하면서 건강 상태를 체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기숙사 입소율이 10% 안팎에 머물며 계획상 차질이 빚어졌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캠퍼스 인근 원룸촌으로 흩어져 인근 주민들의 우려가 더 커졌다.

中 유학생 10명 중 1명만 기숙사 입소

26일 서울 시내 주요 대학에 따르면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인 유학생 중 대학 내 기숙사에 입소할 예정인 학생의 비율은 10% 안팎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경희대는 3839명(지난해 4월 기준) 중 기숙사에 들어올 예정인 중국 유학생이 48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균관대 역시 3330명의 중국인 유학생 중 기숙사 입소 예정 인원은 90명 수준이다.

연세대와 고려대, 중앙대 등 중국인 유학생이 1000명 이상인 다른 대학들도 기숙사 입소 예정 인원은 30~230여 명에 그친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1학기 기숙사 입소를 신청한 유학생은 300여 명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입소를 희망한 인원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기숙사에 들어오면 외출이 제한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유학생들이 기숙사 입소를 꺼린다”고 전했다.

캠퍼스 인근 주민들 불안 커져

중국인 유학생들이 기숙사 입소를 꺼리면서 대학 내 기숙사 공간 부족을 우려했던 ‘기숙사 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인 유학생 대부분이 기숙사가 아닌, 캠퍼스 인근 원룸 등에서 자취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캠퍼스 인근 주민들의 근심은 더 커졌다. 한양대 캠퍼스가 있는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손모씨(33)는 “중국인 유학생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편의점과 식당 등 동네 곳곳에서 눈에 띈다”며 “중국에서 온 학생이 모두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순 없지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숙사 꺼려 뿔뿔이 흩어지는 中 유학생…대학가 '비상'
대학들도 기숙사 밖으로 흩어진 중국인 유학생을 관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중국에서 입국했거나 입국할 예정인 유학생 1000여 명을 15명이 관리하고 있다”며 “전화를 돌리고, 연락이 닿지 않으면 직접 찾아가기도 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사실상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이 캠퍼스 인근 거리를 활보한다는 민원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중국인 유학생은 격리 대상이 아니어서 대학도 손쓸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교육부는 중국에서 입국한 유학생 중 기숙사 거주 인원과 원룸 등에서 자취하는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을 통해 중국인 유학생의 거주 형태를 파악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현시점에서 정확히 몇 명이 캠퍼스 인근 원룸에서 거주하는지 확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종관/정의진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