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방지복 구급대원에도 '화들짝'…일상 속 신종코로나 불안감 급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몰고 온 불안감이 국민들의 일상 속으로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중국인 보건소 사망에 우한폐렴'·'보름전 중국체험학습 비판'
특히 우리나라에도 우한 폐렴 확진자가 4명으로 늘어나면서 더욱 커진 불안감은 유언비어 확산으로 이어져 실체 없는 소문이 공포를 부르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30일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낮 12시 55분께 경기 평택보건소를 방문한 중국 교포 A(49) 씨가 휠체어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A 씨는 열흘 전 동료들과 재미 삼아 씨름을 하다가 갈비뼈가 골절됐고 이로 인한 통증이 계속되자 전날 평택의 한 병원을 찾았다.

그는 이 병원에서 입원을 권유받았지만,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입원을 스스로 거부했고 이어 찾은 다른 병원의 의료진은 A 씨가 중국 교포라는 점에서 우한 폐렴 감염 가능성을 우려, 보건소로 안내했다고 한다.

A 씨는 보건소를 찾았다가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그는 가족들과 수년째 한국에 거주하고 있고 최근 6개월 내 중국에 방문하지도 않았으며 질병관리본부 검사 결과 우한 폐렴과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 교포가 보건소에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 공간에서는 우한 폐렴과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이로 인한 불안감을 나타내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A 씨의 사망을 보도한 한 기사에는 "보건소에서 급사할 확률이 몇 %나 될까", "우한 폐렴의 첫 사망자를 감추려는 것 아니냐", "갑자기 쓰러져 사망하는 게 우한 폐렴 증상 아닌가" 등의 댓글이 달렸다.

최근 경기 군포의 한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대학 등으로 현장 체험학습을 다녀온 것도 우한 폐렴 공포와 맞물려 학교 측의 체험학습 진행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체험학습은 국내 우한 폐렴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오기 전이자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되기 전인 지난 14∼17일 이뤄졌으며 이후 체험학습을 다녀온 교사, 학생들에게서 별다른 이상증세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관계자는 "학부모의 동의를 구했고, 학교 운영위의 심의를 거쳐 다녀온 것이며, 당시에는 신종코로나가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며 "이미 다녀온지 2주가 지나 잠복기도 31일로 끝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상을 파고든 불안과 공포는 SNS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중국인 보건소 사망에 우한폐렴'·'보름전 중국체험학습 비판'
지난 29일 SNS에는 평택 서정리역 근처 상황이라며 감염방지복을 입은 구급대원들이 한 남성을 살펴보는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밑으로 "서정리역 근처에 이거 우한 폐렴 때문에 쓰러진 건가요?"라는 글이 달렸고 불안하다는 내용의 댓글이 잇따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진은 전날 서정리역 근처에서 벌어진 상황은 맞지만, 구급대원이 구조한 남성은 우한 폐렴과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SNS에서는 이처럼 감염방지복을 입은 구급대원의 구조 활동을 담은 사진으로 우한 폐렴과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현재 소방당국은 혹시 모를 우한 폐렴 확산을 막고자 우한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중국인이나 최근 중국 방문자 등에 대한 구조 활동 시 대원들에게 감염방지복을 입도록 하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감염방지복을 입은 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했다고 해서 반드시 우한 폐렴 환자와 관련한 출동은 아니니 시민들이 너무 불안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한 폐렴 확진자는 현재 4명으로 이날까지 사흘째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확진자들의 상태는 대체로 안정적이며 보건당국은 이들과 접촉한 387명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노규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사람들은 대상의 실체를 모를 때나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때 가장 불안감을 느낀다"며 "우한 폐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고 중국발 정보를 믿기 어렵기 때문에 대중이 더욱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불안감이 증폭되면 피하지 않아도 될 것을 피하게 되고 사회인으로서 해야 할, 공동사회에서 서로 지켜나가야 할 것을 못 지키며 대신 자기 스스로나 자신과 주변의 건강만을 지키려는 노력에만 몰두하게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