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전국 14개 지방법원에서 기업회생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 전문가인 관리위원의 ‘갑질’ 근절을 위해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산하 회생·파산위원회(위원장 오수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8일 제8차 정기회의를 열어 관리위원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위원회는 회생·파산 정책 수립과 도산법원 감독을 위해 2013년 설치된 기구다.

위원회의 건의 내용은 △관리위원의 고압적 자세 개선 △관리위원의 허가업무 지체 금지 △판사-채무자 간 직접 면담 활성화 △전문성 갖춘 젊은 관리위원 선임 △회계법인 및 법무법인 알선 금지 △도산절차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이다. 회생절차의 실무를 책임지는 법원 관리위원들은 그동안 기업 관계자에게 막말을 하거나 장시간 사건 처리를 미루고, 특정 회생 방식을 강요하는 등 ‘갑질’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본지 4월27일자 A1, 10면 참조

일부 관리위원의 갑질 탓에 논란이 많았던 전국 유일의 파산전문법원인 서울회생법원(법원장 이경춘)의 변신 행보가 가장 두드러진다. 서울회생법원은 ‘관리위원 언행 개선 간담회’를 정례화했고, 관리위원들의 언행 평가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 회생절차협의회 등을 통해 회생 신청 기업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관리위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팀제 운영도 추진 중이다. 모두 전국 법원 최초의 시도다.

P플랜(채권자 주도 회생제도)과 간이회생(중소기업용 회생제도) 등이 활성화되면서 평균 1년이던 회생 신청에서 종결까지 기간이 최근 3~4개월로 줄었다. 감소하던 회생 신청이 급증세로 돌아서는 등 기업의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 서울회생법원에 신청한 기업회생 사건은 181건으로 전년 동기(152건)보다 19% 증가했다. 정준영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는 “세계은행이 우리 제도를 배워가는 등 국제적 평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