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2시께 방문한 경기 동두천시 중앙시장. 200m 남짓한 거리의 점포 중 절반가량은 문이 굳게 닫혀 있거나 폐업한 상태였다. 가게 문을 연 상인들은 휴대폰으로 드라마를 보거나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25년째 이곳에서 만두집을 하는 이모씨는 “젊은 사람들은 다 양주로 이사 가고 노인들만 남았다”며 “이게 유령 도시가 아니면 뭐냐”고 한탄했다.‘수도권 2기 신도시’인 경기 양주 옥정신도시가 주변 연천군과 포천·동두천시의 인구를 빨아들이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인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가평·양평군은 남양주 다산·별내신도시로 인구가 빠져나가 지역 상권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도의 31개 시·군 중에서도 ‘인구 소멸 위험지역’에 들어가는 5개 지자체다. 수도권 및 군사지역 규제로 이미 낙후한 지역에서의 인구 이탈이 소멸 위기를 한층 키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2기 신도시가 낙후지역 ‘인구 블랙홀’이날 통계청의 국내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북부의 동두천시·포천시·연천군에서 빠져나간 인구가 가장 많이 전입한 지역은 경기 양주시로 나타났다. 2023년 동두천시 전출자 8023명 중 38.9%(3120명)가 양주시에 전입 신고를 했다. 포천시에서 빠져나간 1만2339명 중에선 21.5%(2653명)가, 연천군은 3670명 중 15.5%(572명)가 양주를 새 터전으로 삼았다.옥정신도시는 서울 북부의 주택난에 대응하기 위해 조성된 2기 신도시다. 2018년부터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인근 시·군인 포천, 동두천, 연천의 인구 유출 속도도 가팔라졌다. 옥정신도시는 지난달 말 기준 계획인구 11만 명 중 대부분인 10만 명이 입주했다.양주 인구는 옥정신도시 첫 입주가 시작된 2014년 20만 명에서 지난해 26만 명으로 증가했다. 반대로 연천·포천·동두천 인구는 이 기간 각각 10%가량 감소했다.특히 신도시가 지역경제를 지탱할 3040세대를 빨아들이면서 유출 지역의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천에서 양주로 이동한 사람 중에선 30대가 22.8%로 가장 많았고 40대 16.3%, 20대 16.2% 순이었다. 동두천에서 옥정신도시로 내년에 이사할 계획인 윤모씨(36)는 “노인만 있는 도시에서 아이를 키울 순 없다”며 “이사하면 교육과 주거 환경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구리·가평·양평…남양주로 ‘빨대효과‘경기 동부에서도 비슷한 ‘인구 블랙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입주가 마무리된 남양주시 다산·별내신도시가 주변 구리시와 가평군, 양평군 인구를 흡수하고 있다. 지난해 구리·가평·양평의 전출자가 가장 많이 전입한 도시는 서울이었으며, 2위는 남양주였다. 경기도 관계자는 “다산·별내신도시는 신규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생활·교육·교통 인프라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주변 지역 주민들이 신도시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주민들이 빠져나간 지역의 고령화 속도 역시 한층 빨라지고 있다.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건설된 구리시는 노인 비율이 지난해 16.6%를 기록하며 고령사회(노인 비율 15% 이상) 기준을 넘어섰다. 도내 다섯 곳의 인구 소멸 지역 모두 고령화 수준이 높아졌고, 공무원조차 해당 지역에 주거지를 두지 않아 단체장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전문가들은 양주의 회천신도시와 남양주 왕숙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 ‘인구 엑소더스’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신도시가 주변 인구를 빨아들이는 건 불가피한 문제”라며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수도권 전철 7호선 등의 교통 개발도 구도시의 인구 이탈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예측했다.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자체들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성장관리권역 규제라도 풀어달라고 아우성친다.포천시 관계자는 “애초에 접경 지역 규제를 받는 경기 북부는 남부에 비해 일자리도 부족하고 낙후됐다”며 “대규모 산업 개발을 추진하려고 해도 수도권 규제에 가로막혀 동력을 잃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수송동 조계사를 찾은 시민들이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불교계 종단이 정한 올해 봉축 표어는 ‘마음의 평화, 행복한 세상’이다. 부처님오신날이자 스승의날인 15일에는 오전부터 서울과 경기, 강원 북부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오후에 전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임대철 기자 playlim@hankyung.com
“관내 정비 사업들이 활성화하도록 규제 행정 대신 ‘지원 행정’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서강석 서울 송파구청장(사진)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88년 올림픽 계획도시로 조성된 송파구에는 40년을 바라보는 낡은 공동주택이 많아 50개 이상 단지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서 구청장은 2022년 취임 첫날부터 송파구 내 정비사업 ‘해결사’로 발 벗고 나섰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조합 내 마찰이 생기면 ‘방관자’에 머무르던 기존 구청장의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 구청장은 “최근 집값이 떨어지고 물가가 급상승하면서 조합·시공사의 공사비 갈등이 늘고 있는데 입주 날짜가 미뤄지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송파구는 잠실주공5단지 조합장 선거에서 직선제 선거 관리에 나선 끝에 대립 중이던 비상대책위원회와 조합 양측을 설득해냈다. 마천동 재건축 개발 때는 구획 지정으로 갈라진 주민들의 이견을 정리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구청장 지시로 재건축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찾아가는 조합공정회의’를 열어 현장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완화할 규제를 찾아 국토교통부에 먼저 건의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올림픽훼밀리 등 ‘올림픽 3대장’ 대규모 단지들이 서 구청장 취임 이후 재건축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잠실5단지가 준주거지역에 최고 70층까지 주상복합시설이 지어지도록 추진하고 있다.그는 ‘풍납동 문화재 규제 풀기’를 남은 임기 숙원 과제로 꼽았다. 서 구청장은 “문화재청장과 면담하고, 풍납동 미래도시 연구 용역을 통해 풍납동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