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로 前 자이언트 CEO "韓 자전거도로, 관광상품으로 키워야"
“한국의 자전거도로 인프라는 최상급입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아요. 이 좋은 자산을 관광 상품으로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계 1위 자전거 제조업체인 자이언트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토니 로 자이언트 고문(69·사진)은 매년 1만㎞ 이상 자전거를 타는 열혈 자전거 마니아다. 그는 지난달 29일~이달 3일 5일간 부산에서 서울까지 자전거를 타고 완주했다. 지난 7일 서울 신길동에 있는 자이언트 전문매장에서 만난 로 고문은 “2년 전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를 탔는데 참 좋았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반대로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코스를 택했다”고 말했다.

대만에서 1971년 설립된 자이언트는 창업자인 킹 리우 회장과 로 고문 두 사람이 키운 기업이다. 창업 이듬해 로 고문이 부사장으로 합류해 40년 넘게 회사를 이끌었다. 사업 초기 외국 브랜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였던 자이언트는 이제 트렉, 스페셜라이즈드 등과 함께 글로벌 빅3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2016년 12월 리우 회장과 함께 현업에서 물러났지만 그는 고문직을 맡아 자이언트의 사업과 자전거 문화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번 방한도 한국 자전거 시장 동향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로 고문은 칠순을 앞둔 나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건강과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는 “자전거를 타며 고혈압과 허리 디스크를 극복했다”면서 “건강도 찾고 환경 보호에도 기여하는 자전거를 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로 고문은 “한국의 자전거 인프라가 다른 ‘자전거 선진국’에 비해 뒤질 게 없다”며 “자전거도로 어디에나 산, 강, 하천이 있어 자전거 타기에 최적화된 나라가 한국”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2년 전보다 자전거 인구가 줄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자전거 타기가 활성화하려면 장거리 투어 문화가 발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숙박·식당 등을 챙겨주는 전문 여행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전거 동호인들이 여행에만 집중한다면 더 쉽게 장거리 여행에 도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대만에선 자이언트의 자전거 여행 전문 여행사인 ‘자이언트 트래블 타이완’이 설립돼 있다. 자전거 여행의 가능성을 본 중국과 일본에서도 관련 업종이 활성화돼 있다고 했다. 한국에 일본과 대만 자전거 여행을 알선해주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정작 한국에는 관련 사업이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대만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투어링이라는 새로운 자전거 시장이 만들어졌어요. 정부와 업계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한국에서도 보다 즐겁고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자전거 문화가 조성될 것입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