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 적용을 앞두고 산업계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도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가이드라인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 등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후속 대책도 아직 실행 방안이 정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을 ‘주고받기식’으로 합의하다 보니 정부 대응도 미흡하다”며 “탄력근로제 등 유연성 확보 방안은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週 52시간 가이드라인도 못 내는 고용부
고용부는 지난 2월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차관 주재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1주일에 한두 차례씩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후폭풍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보완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

보완책으로 거론되는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근로시간을 줄여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에 정부가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근로시간을 주당 평균 두 시간 이상 단축하고 근로자를 한 명 이상 새로 채용한 사업주에게 월 최대 80만원을 지원한다. 기존 재직자의 임금 감소분도 1인당 월 최대 40만원(사업주가 보전해준 임금의 80%)을 보전해준다.

지원금 규모가 워낙 커서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관심사지만 적용 대상과 세부적인 지원 방식 등이 확정되지 않다 보니 산업 현장에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예산이 들어가고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며 “지원금 상향 조정 방안 등을 포함해 조만간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보완책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산업계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포괄임금제 지침 등 규제만 잇달아 내놓고 있다”며 “기업들이 당장은 법을 지키려고 노력하겠지만 지속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선진국들이 왜 탄력근로제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등 유연근로제도를 도입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기업이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편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법 개정 설명자료’를 내고 지청별로 근로시간 단축 설명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법 개정 설명자료는 근로기준법 개정의 취지와 적용 방안 등을 담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산업계 혼란을 줄이기 위해 사례를 풍부하게 넣을 것이라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