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 20일 김창호 경감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가락동 경찰병원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철성 경찰청장이 20일 김창호 경감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가락동 경찰병원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호야, 아이고 어떡하냐, 우리 창호….”

20일 서울 가락동 경찰병원에 마련된 김창호 경감(54)의 장례식장에는 여든을 넘긴 노모가 오열하고 있었다. 지난 19일 폭행 신고를 받고 서울 강북부 오패산터널 인근 현장에 출동했다가 총에 맞아 숨진 김 경감은 1989년 순경으로 임용돼 27년간 경찰 생활을 했다. 퇴직을 6년 남겨뒀다.

71주년 ‘경찰의 날’(10월21일)을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건으로 경찰 조직은 초상집 분위기다. 14만여명 전국 경찰은 김 경감의 영결식(22일)이 끝날 때까지 근조 리본을 달기로 했다. 경찰청은 경찰의 날 축하화환을 받지 않기로 했다. 장례식장을 찾은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런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인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유사 범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맨몸으로 현장 나가는 경찰

김 경감은 출동 당시 방탄복은커녕 보호장비를 챙길 틈도 없이 현장에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성병대 씨(46)는 따로 구입한 서바이벌게임용 방탄복을 착용해 경찰의 실탄을 맞고도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다. 경찰 안팎에선 “경찰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신형 보호장비를 보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이 보유한 방탄복은 대부분 1997년부터 2001년 사이에 보급된 구형 제품이다. 무게가 10㎏이 넘어 현장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나마도 턱없이 부족하다. 김 경감이 소속된 강북 번동파출소의 경찰관은 36명이었지만 구비된 방탄복은 한 벌뿐이었다. 정부는 경찰에 신형 방탄복을 보급하기로 했지만 아직 현장에는 내려가지 않았다. 연내 8000개를 보급한다는 계획도 예산이 적어 교체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지난해 2월에도 경기 화성시에서 공기총 난사사건으로 이강석 남양파출소장(경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 경감도 방탄복을 입지 않았다.

◆뻥 뚫린 사제총기 관리

허술한 사제 무기 관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는 사제 총기 제작법을 알려주는 동영상만 수천만 개가 올라와 있다. 성씨는 경찰에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총을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허가 없이 사제 무기를 제작하거나 유통하는 것은 물론 제작 방법을 인터넷 공간에 게시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다. 금속기기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작기계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면 사제 총기 제작은 일도 아니다”고 했다.

수사당국은 해마다 ‘불법무기 자진신고’ 기간을 두고 불법 개조한 총기류 등을 신고받고 있지만 사제 총기 단속은 쉽지 않다. 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를 차단할 방법이 없는 데다 총기를 보유한 사람을 일일이 찾아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총기 관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심은지/마지혜/황정환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