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돌 시 심각한 인명 피해·'밤샘 주차' 단속 느슨해 시민 안전 위협

#1. 지난 2일 오후 12시 25분께 부산 남구의 한 주유소 앞 도로에서 일가족 5명이 탄 스포츠유틸리티(SUV) 승용차가 3차로에 불법 주차된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용차 운전자의 외손자인 세 살배기 남아 1명, 생후 3개월 된 남아 1명과 딸(33), 아내 박모(60) 씨 등 4명이 숨졌다.

#2. 지난달 24일 오전 11시 25분께 60대 운전자가 몰던 다마스 차량이 원주시 단구동 아쿠아랜드 앞 갓길에 불법 주차된 덤프트럭의 적재함을 추돌, 다마스 운전자가 숨졌다.

#3. 지난달 17일 오후 9시 20분께 원주시 반곡동 인근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서 마티즈 승용차가 편도 3차로에 주차 중이던 6t 화물차 적재함을 들이받아 40대 승용차 운전자가 목숨을 잃었다.

#4. 지난 6월 14일 오후 6시 24분께 춘천시 사우로 인근 교회 앞 도로에서 마티즈 승용차가 앞서 가던 차량이 신호 대기 정지하는 것을 보고 추돌을 피하려고 3차로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3차로에 불법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은 마티즈 승용차 운전자가 숨졌다.

도심 주택가와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대형차량을 들이받아 목숨을 잃는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업용 화물차 등 대형차량의 '밤샘 주차'는 교통사고를 유발하고 사고 시 심각한 치명상을 초래한다.

사고 유형도 밤샘 주차 차량을 들이받거나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피하려다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해 사고로 이어지는 등 각양각색이다.

1.5t 이상 사업용 화물차는 별도의 차고지를 해당 지자체에 등록해야 면허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지정된 차고지가 아닌 주택가와 이면도로 등지로 파고든다.

지정 차고지가 공사현장이나 거주지에서 멀다는 이유로 슬며시 인근 주택가와 도로변에 주차하고 사라지는 이른바 불법 '밤샘 주차'가 만연하고 있다.

9일 강원도에 따르면 도내 사업용 화물차의 밤샘 주차 적발 건수는 2013년 653건, 2014년 576건, 지난해 561건 등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올해 들어 6월 말 현재까지는 457건을 적발했다.

시·군별로는 올해 동해시가 238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원주시 169건이다.

반면 춘천시는 22건에 불과하다.

도내 18개 시·군 중 10개 시·군은 아예 단속 실적조차 없다.

지자체의 단속 손길이 느슨한 사이 '밤샘 주차'로 인한 시민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대형차량의 불법 밤샘 주차를 근절하고자 거액의 혈세를 들여 조성한 화물차 공영차고지는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하다.

2013년 춘천시 동내면 학곡리 8만여㎡에 조성된 화물차 공영주차장은 230억 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이 공영차고지는 대형 화물차 309대를 주차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성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이곳을 차고지로 등록한 차량은 148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실제 이용률은 50%를 밑돈다.

밤샘 주차 등 불법 주정차 단속도 차량 종류 따라 담당 부서가 달라 효율적인 단속이 사실상 쉽지 않다.

현재 건설기계(주황색 번호판)와 영업용 화물차(노란색 번호판), 일반 차량(녹색 또는 흰색 번호판)의 불법 주·정차 단속은 지자체별로 2∼3개 부서가 각각 담당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업용 화물차 등 대형차량은 차체가 튼튼하고 높아 승용차가 추돌하면 화물차 아래에 깔려 심각한 인명피해를 초래한다"며 "사실상 도로 위에 주차된 '흉기'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야간의 경우 도로변에 주차된 화물차 시 운전자의 순간 대응력이 떨어져 사고 위험이 크다"며 "최근 유사 사고가 잇따라 각 지자체와 협력해 단속을 강화하려 해도 차 종류와 유형에 따라 담당 부서가 달라 각각 협조를 구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