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가 인문·예체능계열 학부 정원을 줄이고 공학계열 정원은 늘리는 방향으로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측은 취업률이 낮고, 논문 평가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학과를 축소해 대학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한다. 그러나 계량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전공별 특성을 무시한 채 이뤄지는 구조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중앙대 구조개편…"취업률 높여 경쟁력 강화" vs "문화·예술 가치도 중요"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중앙대는 정원 감축을 위한 구조 개편안을 오는 11월까지 확정하기로 했다. 이달엔 학과별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를 만들어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중앙대는 지난 7월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2014 수도권 대학 특성화 사업(CK-Ⅱ)’ 대상으로 선정돼 2015학년도 학부 모집정원 4623명의 4%인 185명을 앞으로 2년간 줄여야 한다.

중앙대는 우선 인문·예체능계열 학과 정원을 감축하거나 통폐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학보다 인문·예체능계열 비중은 높고 공학계열 비중은 낮아 대학 평가의 주요 지표인 취업률과 논문 게재 건수 등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학내에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경쟁 상대인 한양대와 성균관대보다 공학계열 비중이 낮은 반면 예체능계열은 비대하다”며 “삼성 등 주요 대기업이 신입사원의 70~80%를 이공계에서 선발하는 만큼 공학계열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각 대학이 발표한 2015학년도 모집정원에 따르면 중앙대의 공학계열 비중은 전체의 19%로 한양대(37%)와 성균관대(35%)보다 훨씬 낮다. 반면 예체능계열 비중은 중앙대가 21%로 한양대(11%)와 성균관대(6%)보다 높다.

중앙대의 한 교수는 “경쟁 대학보다 공대 규모가 너무 작아 기업 내 동문 ‘맨파워’가 약하다”며 “그러다 보니 산학 협력이나 연구 관련 후원금 유치 등에서 불리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중앙대가 최근 대학원의 인문·예체능계열 12개 학과를 통폐합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인문·예체능계열을 줄이는 데 대해 “대학은 유행에 따라 제품을 찍어내는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만큼 문화와 예술 전공의 가치를 돈의 논리만으로 따져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학생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언급했던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김수현 씨는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이라며 “졸업 후 한동안 비정규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취업률이 낮은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생도 “1972년 서라벌예대를 흡수한 후 중앙대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예술계열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