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회의장 이탈하고 장외에서 집행부 뒤흔드는 서명운동 벌이고 이게 무슨 3류 정치판도 아니고…."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은 지난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이경훈 신임 지부장이 현장 조직들과 의 갈등으로 취임식 일정조차 잡지 못하자 "23년간 현대차를 역주행시켜온 노노갈등의 망령이 중도 · 실리 노선의 지부장까지 옥죄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 집행부와 노선을 달리하는 현장 대의원들은 이 지부장 당선 후 처음 열린 확대운영위에서부터 엇박자를 냈다. 이 지부장이 2년 임기가 끝난 대의원 선거를 먼저 치른 후 임금협상에 들어가기로 하자 이들은 '선(先)임단협 타결'을 요구하며 회의 도중 나가버리는 등 항의성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또 서명운동을 통해 이 지부장의 대의원 선거실시 방침을 실력저지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현장 조직 일부 계파들의 이 같은 행동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현대차 노조원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무엇보다 현대차 내부에 확산되고 있는 반(反) 금속노조와 반(反) 강성투쟁 정서가 노조 대의원선거에서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고도의 노림수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임단협을 먼저 하면 집행부의 협상력 및 성과를 얼마든지 깎아내릴 수 있고 이를 통해 대의원 선거에서 자기쪽 대의원들을 다수 당선시켜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내 10여개의 크고 작은 현장 조직들이 차기 집권을 겨냥해 대의원 수를 늘리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이 지부장은 최근 성명을 내고 "23년 노조 역사상 집행부가 공식 출범도 하기 전 이렇게 반기를 든 사례는 없었다"며 "어떤 외압에도 이달 말 대의원 선거실시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조직들은 "임단협 타결 후 대의원 선거 실시는 이 지부장의 선거공약이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은 "전임 집행부가 임금협상 중 중도 사퇴를 선언한 것도 이 같은 계파 간 노노갈등 때문이었다"며 "계파 간 이해득실로 전체 조합원을 실망시키는 노노갈등은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노 간 밥그릇 싸움은 회사 경영에도 치명타를 입혀 결국 노조원 복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노조원 복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노조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