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를 '일본해'로 가르치는 멍청한 교과서
일본의 독도 망언과 동해의 일본해 표기가 국제·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고등학교 교과서에 동해를 '일본해'라 표기된 지구본이 실려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중앙교육진흥연구소(이하 중앙교육)가 전국의 고교에 제공한 고1 사회 과목의 교과서 표지에 동해(the East Sea)가 'Sea of Japan(일본해)'으로 적힌 지구본 그림이 실렸다.

사회 과목은 고교 1학년생이 배우는 필수과목으로, 각 고교는 중앙교육을 비롯한 8개 출판사가 제공하는 검정교과서 중 하나를 선택해 1년간 가르친다.

중앙교육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의 학생들은 싫으나 좋으나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교과서를 가지고 1년 동안 사회과목 공부를 해야 할 상황이다.

문제의 교과서 표지 오른쪽 위에는 정부가 이를 인정이라도 하듯, '교육과학기술부 검정'이라는 문구까지 찍혀있다. 검정 교과서이기 때문에 당연한 인증이긴 하지만, 사전에 꼼꼼히 살피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치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유심히 살펴봐야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작게 표기돼 있지만, 동해 명칭 논란은 전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지구본 사진 하나를 선택할 때도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박기태 단장은 "의도된 것이 아니더라도, 한국 정부가 검증한 교과서 표지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구본 그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칫 한국 정부가 일본해를 인정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에 대해 중앙교육 측은 미처 살펴보지 못한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중앙교육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지구본 그림에서 일본해 문구를 삭제하고 표지를 만들었는데, 정부 명칭 변경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 검정' 표기를 '교육과학기술부 검정'으로 바꾸기 위해 교과서 표지를 올해 새로 찍으면서 미처 일본해 문구를 지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 학기가 되어 일부 고교에서 지적이 나온 후에야 표지 그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학교들에 공문을 보내 지구본 그림의 잘못을 설명하는 방안을 포함해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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