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한 '비전 2003 여성취업 한마당'이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노동부와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공동기획하고 한국경제신문사 등이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일자리를 찾으려는 5천여명의 여성 구직자들이 몰려 대졸 취업난을 실감케 했다. 대부분 20대 중반의 여대생 구직자들은 기업 홍보자료와 안내책자를 꼼꼼히 훑으며 메모를 하고 친구들과 상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서대학교 행정학과 졸업반인 조선영씨(23)는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여성이라는 핸디캡까지 더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여성을 찾는 구인광고 대부분이 텔레마케터일 만큼 여성들의 취업 직종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하소연했다. 수질환경기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고효진씨(24.순천대 환경공학과)는 "조건도 맞고 전공도 살릴 수 있는 업체의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지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떨어졌다"며 "고학력 구직난 얘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려 대학원 진학도 심사숙고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감마니아, 엔비에스컨설팅 등 20여개 업체가 참여해 지원서를 받고 면접을 실시하는 등 현장채용을 했다. 면접을 통해 즉석에서 채용이 확정된 박주희씨(26.경희대 영문학과 졸업)는 "원했던 대기업은 아니지만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해외 무역 분야에서 일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휴학과 대학원 진학 등 아직까지 스스로 졸업을 '유예'하고 있는 동기들이 자신감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구인 기업으로 참여한 셋톱박스 제조업체 메가멀티미디어의 박인규 과장은 "구직난이 심각하다지만 중소 벤처기업은 정작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경력과 여성 특유의 꼼꼼함을 무기로 삼는다면 충분히 취업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직자들이 일자리 물색에 여념이 없는 행사장 다른 한편에서는 내년을 목표로 모의면접과 이미지 컨설팅 교육 등 취업 실전에 나선 재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취업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는 최선아씨(21.숙명여대 3학년)는 "졸업반 선배들에 비해 아직 여유가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찾았지만 현장의 열기에 정신이 바짝 든다"며 "내년 채용시장이 더 위축된다는 전망이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잡코리아가 최근 남녀 구직자 5천9백여명을 대상으로 취업 동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여성 구직자의 취업 성공률은 21.2%로 남성 구직자 26.4%에 비해 5.2%포인트 낮았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김화수 잡코리아 대표는 "사회 전체적으로 취업난을 겪다보니 상대적 약자인 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며 "여성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이 박람회를 연례행사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