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분양가로 공급돼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물량이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월 무순위 청약 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거주 지역, 주택 수와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하는 무순위 청약은 수천, 수만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2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26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자이’ 계약 취소 주택 1가구와 무순위 청약 1가구 등 총 2가구에 대한 일반청약이 이뤄진다. 흑석자이는 2020년 분양한 1772가구 규모 대단지로 올 2월 입주했다.

2가구 모두 분양 당시 수준 가격으로 공급된다. 무순위 청약 대상인 전용면적 59㎡ 분양가는 6억4650만원이다. 계약취소 물량은 전용면적 84㎡로 9억6790만원에 나왔다. 두 가구 모두 당첨 후 계약 때 분양가의 20%를 내야 하고, 오는 9월 7일까지 잔금(80%)을 치러야 한다. 지금은 분양할 때보다 시세가 크게 올라 청약 당첨자는 수억원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실거주 의무가 없고 전매도 가능해 수익을 곧바로 실현할 수 있다.

무순위 청약은 전국 누구나 주택 수, 청약통장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가구주가 아닌 가구원도 청약할 수 있다. 계약취소 물량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무주택 가구주만 청약할 수 있다. 업계는 이번에 나오는 흑석자이 무순위 청약이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경기 평택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도 무순위 청약이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30일 경기 평택 세교동 ‘평택 지제역 자이’ 전용면적 74㎡ 1가구와 84㎡ 2가구, 97㎡ 1가구 등 총 4가구가 무순위 청약에 나와 5만7434명이 신청했다. 평균 1만4358.5 대 1의 경쟁률이다.

분양가가 2021년 공급 당시 가격으로 책정된 데다 정부가 3월 보유주택 수와 관계없이 국내 거주 성인이라면 누구나 무순위 청약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인기 무순위 물량은 확률이 극히 낮아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일반 청약 등 다른 수단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흑석자이 등 인기 있는 무순위 청약은 당첨 확률이 낮아 무순위 청약에 ‘올인’할 게 아니라 기존 아파트 청약을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최근 대출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어 미리 자금 마련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