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래미안퍼스티지 /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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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을 맞았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고, 경기도는 1년5개월 만에 하락세가 멈췄다. 최근 1년간 하락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집값이 바닥에서 얼마나 빨리, 얼마나 높이 반등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이른바 ‘V자 반등’과 같은 급격한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가격 하락 및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낮아진 만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택과 신규 분양시장을 찾아 나설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약 1만 가구 공급이 예정된 공공분양 시장을 두드려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 = 전희성 기자
그래픽 = 전희성 기자

서울 오르자 경기도 72주 만에 하락 멈춰

서울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지난달부터다. 1~2년 전 찍었던 전고가에 근접하는 거래가 늘기 시작하더니 매수심리도 살아났다.

지난달 상승 전환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이달까지 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03% 올랐다. 5월 넷째주 0.03%에서 다섯째주 0.04%, 6월 첫 주 0.04% 오르는 등 4주째 상승랠리다.

서울 분위기를 반전시킨 지역은 강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이었다. 이달 들어 개발 호재가 많은 비강남권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작구의 대표 단지인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는 지난달 22억7000만원에 매매됐다. 직전 최고가 25억4000만원(작년 2월)에 다가서고 있다. 강북권에서도 지난달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전용 84㎡가 18억3000만원,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전용 84㎡는 19억원에 손바뀜해 전고점과의 격차를 2억~3억원 수준으로 좁혔다. 송파구에선 잠실동 엘스 전용 119㎡가 4월 34억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2021년 11월)를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지역도 조만간 상승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아파트는 지난해 1월 넷째주 이후 72주 만에 하락을 멈췄다. 광명(0.27%), 하남(0.26%), 성남 수정(0.21%), 성남 분당(0.18%), 과천(0.15%), 수원 영통(0.15%) 등 남부권으로 온기가 번지고 있다.

“V자 반등은 없을 듯”

전문가들은 집값이 최저점을 지났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당분간 급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래량이 여전히 적은 데다 경기 침체 가능성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커서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지원 여력이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거래량이 지난해와 비교하면 많이 늘어난 건 맞지만 몇 년 전에 비해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며 “매수자들이 급매물에만 관심을 둘 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1~5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1만277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6814건)의 약 두 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2021년(2만1918건), 2020년(2만7855건)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시장을 계속 안정적으로 끌고 가려면 남아 있는 구축 급매가 소진되고 신축이 원활하게 공급돼야 하는데, 이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이밍 대신 가격 따져야…공공분양 관심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가 실수요자와 1주택 ‘갈아타기 수요층’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설 시기라고 봤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최저점 매수타이밍은 지나갔지만, 집값이 더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작아졌고 금리 인상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며 “관심 지역 위주로는 대출 상환능력을 점검한 뒤 적극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남 시흥 광명 안산 등 철도와 교통 호재가 기대되는 지역,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미래가치가 빠르게 개선될 수 있는 곳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지금처럼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저가 타이밍을 좇기보다는 내가 사고자 하는 물건의 가격 메리트를 봐야 한다”며 “갈아탈 집이 충분히 저평가돼 있다면 기존 집을 비싸게 파는 데 매몰되기보단 원활한 갈아타기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재고주택 매수보다 분양주택 청약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조언도 많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시세보다 싸게 나오는 청약은 재고주택 매매처럼 타이밍을 따질 필요가 없다”며 “공급이 제한적인 서울은 연내 나오는 청약에 참여하고, 지방은 가격 메리트와 함께 향후 공급과잉 가능성까지 따져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청약은 시세보다 싼 가격에 공급될 때가 많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최고의 대안으로 볼 수 있다”며 “시세 대비 가격 메리트가 확실한 공공청약은 여건이 되는 한도 내에서 청약을 시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