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주택 가격 하락세가 지속하면서 생애 첫 번째 주택을 마련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 서울에선 비교적 중저가형 아파트가 많은 은평구와 성북구 등에 매수세가 몰리는 모양새다.

올해 서울서 '첫 내 집 마련'…은평·성북·영등포 몰렸다
5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생애 처음으로 아파트와 오피스텔,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집합건물 매매 이전 등기를 신청한 매수인은 2만688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1만7269명과 2월 2만720명에 이어 지난달에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전체 집합건물 매수인(6만8333명) 중 생애 첫 주택 구입자 비중은 39.3%로, 2013년 12월 후 9년3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연령대별 첫 주택 구입자 비율을 살펴보면 30대가 43.3%(1만1645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25.8%·6928명), 50대(13.3%·3565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은 경기(35.6%·9573명) 비중이 가장 높았다. 서울에 처음 집을 마련한 매수인도 1월 1293명과 2월 1586명에 이어 지난달 2119명으로 증가했다.

서울에선 특히 은평구에서 거래가 활발했다. 자치구별 1~3월 누적 생애 첫 매수자 순위는 은평(845명), 성북(372명), 영등포(306명), 강서(279명), 송파(262명) 순서였다. 1월 출시된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의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연 4%대 초반 고정금리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미적용이 장점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만 대출(한도 5억원)을 내줘 이 가격 기준을 충족하는 아파트가 많은 은평뉴타운과 길음뉴타운 등에 둥지를 틀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하반기부터 생애 최초 구입자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최대 80%까지 완화된 데다 최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저 연 3%대까지 떨어진 만큼 향후 아파트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작년 집값 하락기 때 매수 타이밍을 놓친 실수요자가 올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매수세는 투자보단 실수요자 중심이어서 시장이 전반적으로 상승 전환했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