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6호선 신당역 인근 ‘힙당동(힙+신당동)’ 상권에 젊은 층이 몰리면서 평균 임대료가 1년 새 60%가량 뛰었다. 31일 찾은 신당동의 한 커피숍.  /오유림 기자
서울 지하철 2·6호선 신당역 인근 ‘힙당동(힙+신당동)’ 상권에 젊은 층이 몰리면서 평균 임대료가 1년 새 60%가량 뛰었다. 31일 찾은 신당동의 한 커피숍. /오유림 기자
서울지하철 2·6호선 신당역 12번 출구에서 70m 정도 걷다 보면 왼쪽 골목길에 합벽(여러 주택을 한쪽 벽을 맞붙여 길게 이어 짓는 형태) 건물들이 나란히 있다. 최근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색 떡볶이집 ‘토보키’와 칵테일바 ‘주신당’, 카페 ‘아포테케리’ 등이 있는 ‘힙당동(힙과 신당동의 합성어)’ 상권이다. 이 지역 A공인 관계자는 “상가 임차 문의는 하루에 7~8건씩 오는데 중심지인 퇴계로 쪽 상가는 중개할 물건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며 “권리금이 없던 상가도 지금은 3억~3억5000만원씩 부른다”고 말했다.

○좋은 자리 선점 경쟁 치열

상가 권리금 0 → 3억원…'힙당동'을 아시나요
31일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힙당동’이 속한 서울 중구 황학동 일대의 작년 4분기 평균 임대료는 3.3㎡당 20만2525원으로, 1년 전 임대료(3.3㎡당 12만1631원)보다 66.5% 상승했다.

힙당동은 최근 2~3년 새 성수동 상권 못지않게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뜨는 상권’이다. 신당역 사거리에서 북동쪽에 있는 이 지역을 통틀어 일컫는데, 행정 구역상으론 황학동이다. 2018년까지 3.3㎡당 평균임대료가 11만원대를 기록했지만, 최근 임대료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상권으로 자리 잡으면서 새로 진입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근 B중개업소 관계자는 “토보키, 주신당 등이 있는 중심지에는 아예 물건이 안 나온다”며 “빈 상가가 나오면 연락 달라고 요청한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권리금 없이 거래됐던 상가도 요즘엔 2억~3억원씩(중심지 기준) 권리금을 붙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당동 C공인 대표는 “7년 전에 들어선 1층 한 커피숍 자리가 작년에 3억~3억5000만원까지 권리금이 붙었다”며 “실제 거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다들 권리금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심가에서 벗어난 상가도 덩달아 보증금과 권리금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권 확장 중…지속성은 ‘글쎄’

힙당동 상권은 중심지인 퇴계로 인근뿐 아니라 서울중앙시장 방면으로 확장하고 있다. 상가 임대 물건이 적어 중심지 진입이 쉽지 않자 예비 창업자들이 인근 전통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한때 국내 양곡 판매의 80%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시장은 맛집과 커피숍, 이색 상점가로 변모하고 있다. 오래된 쌀가게와 가구 상점 사이에 특색있는 빵집과 카페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쌀국숫집 ‘포25’ ‘옥경이네 건생선’ 등은 30분 이상 줄을 서야 들어가는 맛집이다. 원래 신당역 인근에 있던 맥주집 ‘헤이웨이브’도 작년 12월 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장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이쪽 임대료도 2년 전보다 20%가량 올랐다”며 “인근 가구거리와 곡식 가게는 휑하지만 카페, 식당은 젊은 사람으로 가득 찬다”고 말했다.

힙당동이 성수동과 같은 인기 상권으로 자리매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신당동과 황학동 일대는 젊은 세대가 접하지 못한 오래된 물건과 흔치 않은 전통시장이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소비 단가 자체가 굉장히 낮은 편”이라며 “기존 임대료가 낮았기 때문에 최근 임대료 상승률이 높게 느껴질 뿐 상급지 수준의 임대료와 건물 가치 상승이 이뤄질지 좀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최해련/오유림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