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뭡니까"…집주인 면접까지 보는 깐깐한 세입자들
전세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건수가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임대인(집주인)이 '세입자 모시기 경쟁'에 나서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임차인(세입자)이 임대인의 신용 상태를 '면접 체크'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30일 HUG에 따르면 전세보증보험 가입 금액은 지난해 12월 5조552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3조4165만원)보다 61% 증가한 수치다. 가입금액이 월별로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연간으로 봐도 증가세는 뚜렷하다. 지난해 전세보증 발급 금액은 총 55조4510억원으로 2021년(51조5508억원)에 비해 7.5% 증가했다. 5년 전인 2018년(19조367억원) 대비해서는 187%나 늘었다.

전세보증보험은 모든 세입자가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세보증금과 선순위채권(보증금보다 우선 순위에 있는 채권)의 합이 주택가격을 초과하거나 미등기 주택인 경우 전세보증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전세보증 신청 건수와 보증금액이 커졌다는 것은 전세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세입자가 임대인의 면접을 보는 풍속도 생겨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 자신을 임차인이라고 소개한 A씨는 "전세를 구하려고 하는데 임대인에게 전세놓는 동기, 연봉 등 경제력, 전세 만기 시 보증금 조달 계획과 의지 등을 면접하려고 한다"며 "넘쳐나는 게 전세여서 골라잡을 수 있으므로 싫다고 하면 면접에 응하는 임대인만 골라 만나면 된다"고 말했다. 원천징수영수증 혹은 범죄경력조회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는 글도 올라왔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전세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강남구의 한 아파트 84㎡ 전세 세입자를 구한 임대인 A씨는 이달 초 임차인에게 국세 완납 증명서와 재직증명서 등의 서류를 요구받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