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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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이 동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거래량이 줄면 반대로 월세 수요자가 늘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과 달리 월세 거래도 줄어든 것이다. 임대차 계약 분쟁이 늘면서 갱신 계약이 지연되거나 임대차 계약을 묵시적으로 연장하는 사례, 금리 부담에 서울을 벗어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월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만2047건에 달했지만 지난달 7317건으로 39% 감소했다. 이달은 지난 13일까지 거래량이 1988건에 불과했다. 전세 거래량 감소의 반대급부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던 월세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1월 8173건이던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지난달 5802건으로 29% 줄었다.

서울 전세거래 39% 급감…"이사를 못 간다"
서울에서 전·월세 거래량 동반 감소세는 아파트뿐 아니라 다른 주택 형태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지난달 거래량을 올 1월과 비교해보면 단독·다가구에서 전세는 41%, 월세는 53.8% 감소했다. 다세대·연립주택의 전세와 월세 거래는 같은 기간 각각 40%, 48% 감소했다. 오피스텔 전·월세도 각각 54%, 59% 줄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보증금 회전이 잘 되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고 꼽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보증금을 돌려주고 받는 것이 어렵게 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계약이 어쩔 수 없이 계속 연장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 여파로 서울이 아닌 (상대적으로 주거비용이 저렴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수요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현재 전·월세 거래량이 올 초 대비 모두 반토막”이라며 “보증금마저 부담스러운 가구들이 가족 친지의 집에 합가해서 살면서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거주 형태든 금리 인상 여파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 가격보다 하락폭이 덜 가파르긴 하지만 월세 역시 금리 인상기에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라며 “월세도 보증금을 지키기 어려워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리 여파에 연말 연초에 몰리는 학군지 이사 수요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